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많은 나라에서 빈발한 압사 사고와 닮았다. 좁은 면적에 군중이 밀집해서 생기는 ‘군중 난기류’라는 ‘상전이’로 인해 사전적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참사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사고는 재난을 대비하는 총체적인 국가의 위험 거버넌스 역량의 부실을 잘 드러낸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과거 재난으로부터 배우지 못해 과거형-숙성형 재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은 빠르게 초연결사회로 진입하면서 정상 사고나 ‘블랙스완’과 같은 미래형 재난의 위험에도 직면하고 있다. 복합적 재난 사회가 된 한국, 실패의 경험으로부터 제대로 학습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미래도, 아시아의 안전 모범국으로서의 역할도 기약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