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2차 연례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 5개 항목의 ‘2024년 주요 발전 목표’가 제시되었다.
출처: 연합뉴스 헬로아카이브
필자는 2024년 6월의 『아시아 브리프』 글에서 ‘중국 위기론’을 비판했다. 즉 그것은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사실로서의 위기’(진짜 위기론)라기보다는 보는 사람의 희망적 사고와 주관적 관점이 강하게 투영된 ‘인식으로서의 위기’(가짜 위기론)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2024년에 실제로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즉 현재의 경제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그에 맞추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했을까, 아니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상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중국은 후자의 길을 걸었다.
공산당 20기 3중전회의 방침: ‘국가안전이 경제성장에 우선한다’
중국의 경제 방침은 2024년 7월에 개최된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를 통해 발표되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단기적인 경기 회복을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을 것이다. 대신 중장기적으로 미국과의 기술 경쟁 및 산업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첨단 산업을 육성하고 혁신 체제를 수립하는 데에 매진할 것이다. ‘고품질 발전(高質量發展)’ 추진과 ‘전면 혁신 체제’ 수립 방침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중국은 정부 주도로 첨단 분야를 육성하여 독자적인 가치 공급망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미국의 ‘탈동조화’ 혹은 ‘위험 제거’ 정책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은 이런 방침을 결정하기 전에 이미 관련 정책을 추진해 왔다. 단적으로 2024년 5월 24일에 3,440억 위안(한화 약 68.8조 원)의 제3기 반도체 산업기금이 발표되었다(제1기 반도체 산업기금은 2013년에 1,387억 위안, 제2기는 2019년에 2,041억 위안의 투입). 여기에 각종 사회자본이 결합하면, 앞으로 모두 1조 5,000억 위안(한화 약 300조 원)의 자금이 반도체 산업에 새롭게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중국의 최우선 관심사는 첨단 산업(즉 반도체 산업)의 육성이지 단기적인 경기 부양이 아니다.
그런데 9월 26일에 개최된 공산당 중앙 정치국 회의 이후,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예측이었다. 이 회의에서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올해 경제 사회 발전 목표와 임무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다만 경기 하방을 조절하기 위한 통상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발표되었다. 전자에는 지방정부의 부채 해소를 위한 초장기(30~50년) 특별 국채의 발행, 후자에는 은행 지급준비율의 인하와 부동산 대출 조건의 완화 등이 포함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경제 사회 발전 목표와 임무 완성”이라는 표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가 5%의 경제 성장률을 강조하는 것과는 달리, 중국 정부는 이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2024년 3월에 개최된 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2차 연례 회의에서 발표된 “2024년 주요 발전 목표”을 가리킨다. 첫째, GDP 성장률 5% 좌우(左右), 둘째, 도시 신규취업자 약 1,200만 명, 셋째, 소비자물가지수(CPI) 3% 안팎, 넷째, 식량 1조 3천억 근(斤: 1근은 500g), 다섯째, GDP 단위당 에너지 소비량 2.5% 이하 감소가 바로 그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5% 좌우”의 경제 성장률이 아니라 “약 1,200만 명”의 도시 신규취업자 창출이다. 일자리 창출에 실패할 경우, 공산당의 통치 정통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이 최근에 “5% 좌우”의 경제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1,200만 개의 도시 신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즉 1%의 경제 성장률은 대략 250만~3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2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5% 정도의 경제 성장률이 필요하다. 참고로, 2025년 1월 18일에 중국 정부가 발표한 잠정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경제 성장률(GDP)은 5%로, 성장 목표치를 달성했다고 한다. 취업 상황은 도시 등록 실업률이 5.1%라는 점만 발표했지, 신규 일자리 창출 규모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통계 정리가 아직 덜 끝난 것 같다). 그러나 5%의 성장률을 달성했다는 점을 놓고 볼 때, 1,200만 개의 일자리 창출 목표는 달성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중국이 추진한 경기부양책의 실제 내용과 평가
한편 중국 정부는 9월 말의 공산당 정치국 회의 이후에 경기 부양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예를 들어, 10월 12일에 국무원 재정부장은, 중국 정부는 재정 적자를 확대할 충분한 여력이 있다(즉 대규모 재정을 투입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10월 16일에는 인민은행의 정책 자문이었던 한 경제학자가 수조 위안(元)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중국이 실제로 추진한 정책 내용을 보면, 통상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 중국은 ‘실제로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행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통화정책을 살펴보면, 인민은행은 9월 25일에는 기준 이자율 역할을 하는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0.3% 인하했고, 9월 27일에는 은행 지급준비율을 0.5%, 역환매조건부채권(역PR)(14일물) 금리를 0.2% 인하했으며, 10월 21일에는 대출우대금리(LPR)를 0.25% 인하했다. 이는 미국 연준이 세 번에 걸쳐 기준 금리를 인하한 것과 비슷한 정책이다. 그외에도 중국은 아파트 구매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조치도 실행했다.
또한 재정정책을 살펴보면, 국내외 경제 전문가와 시장은 중국 정부가 적게는 4조 위안(한화 약 800조 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중국 정부가 지출했던 금액), 많게는 16조 위안(한화 약 3,200조 원: 2008년의 중국 GDP와 비교했을 때 지금의 GDP가 4배 증가했기 때문에 경기부양책 규모도 4배 정도 많아야 한다는 근거에서 나온 금액)의 대규모 재정 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국무원 재정부는 10월에 경기 부양과 부채 위험 완화를 위한 재정지원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지방정부의 부채 축소, 부동산 안정, 국유은행 자본확충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문제는 이것이 원론적인 방침으로,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경기부양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 규모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이는 2024년 11월에 개최된 전국인대 상무위원회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는 이 회의 이후에 국무원이 대규모 재정지원책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했다. 국무원의 추경예산은 전국인대 상무위원회의 비준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결과를 보면, 10조 위안(한화 약 2,000조 원)의 지원책은 발표되었지만, 직접적인 경기부양책은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국무원은 지방정부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모두 10조 위안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중에서 6조 위안은 지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상향하는 데, 나머지 4조 위안은 지방정부의 고이율 채무를 해결하는 데에 투입된다. 결국 중국은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10조 위안을 투입하는 것이지, 단기적인 경기 부양을 위해 투입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내용을 종합하면, 중국은 공산당 20기 3중전회의 경제 방침을 충실히 실행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국가안전이 경제성장에 우선한다’라는 원칙에 따라 단기적인 경기부양책보다는 장기적인 첨단 산업 육성과 혁신 체제 수립에 매진하고 있다. 다만 2025년 1월 20일에 출범한 트럼프 2기 정부가 중국에 대한 경제 공세를 강화하고, 그 여파로 중국 경제가 더욱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중국은 2025년에는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2024년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이 연설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헬로아카이브
이런 사실은 2024년 12월에 개최된 중앙경제공작회의의 결정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전체적으로 안정적이지만, 내수 부족, 일부 기업의 경영 악화, 취업 문제, 국내외 위험 요소 증대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런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2025년에는 전년보다 “더욱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적당히 완화된” 통화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이런 방침은 중점 임무의 순위 조정에서도 나타났다. 즉 “대대적인 소비 진작, 투자 효율 제고, 전방위적 수요 확대”가 2025년의 첫 번째 중점 임무로 결정되었다. 반면 공산당 20기 3중전회에서 결정된 ‘고품질 발전’과 ‘전면 혁신 체제’ 수립은 두 번째 중점 임무로 밀려났다. 다만 경기부양책의 실제 규모나 구체적인 내용은 3월에 개최될 14기 전국인대 3차 연례 회의에서 발표될 것이라 현재로서는 단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