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3년 아시아 정세전망(5)
2023년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과 전망

신범식 (서울대학교)

3중 전쟁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우 간 소모전·지구전 성격을 강화하는 한편, 국제적 영향이 심화되면서 국제질서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쟁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부식을 가속화하며 다지역적 다극질서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으며, 비정형적 대립과 협력의 신냉전 구도를 강화하는 한편, 위상이 강화된 지정학적 중간국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물러설 곳 없는 우크라이나의 선택지가 아주 제한적이라면, 국운을 걸고 보다 광범위한 목표를 향한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는 현 단계 휴전, 추가적 영토압박, 그리고 완전한 우크라이나 통제라는 단계적 목표를 두고 능력에 기반한 전쟁을 지속하는 한편, 국제질서의 재편을 위한 노력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전쟁 해법의 실마리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실제적인 압박과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통해 찾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 우크라이나 전쟁의 다층·복합구조

지난해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대리전’으로 엮어진 “3중 전쟁(서방 대(對) 러시아 / 러시아 대(對) 우크라이나 / 우크라이나 대(對) 반군)”의 복합적 특성 때문에 전쟁의 원인과 과정에 대한 이해가 간단치 않다. 전쟁 발발 이래로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악을 응징함으로써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정의(正義) 진영’과 다층·복합적 원인과 과정을 지닌 전쟁의 지속이 큰 희생을 낳을 뿐이기에 전쟁을 멈추고 외교를 통해 난제를 풀어야 한다는 ‘평화(平和) 진영’ 간의 논쟁으로 분열되어 있으며, 격화된 ‘인지전(cognitive war)’적 특성 때문에 전쟁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물론 전쟁 해법을 찾기도 매우 어렵다.

또한 전쟁의 영향은 양국에만 제한되지 않고 유럽과 중동 및 아시아 지역 정치에 광범위하게 미치고 있으며, 나아가, 미·중 전략경쟁의 판도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경제질서 재편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이 전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통제 회복만을 목표로 하기보다 신유라시아주의 이념에 근거한 ‘대(大)유라시아 연대’를 추동하는 계기로 만들려는 의도를 점차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스피크먼(N. Spykman)과 브레진스키(Z. Brzezinski)가 주장한 바 ‘유라시아 대륙에 패권국 내지 패권 연대의 출현을 저지해야 한다’라는 해양 지정학의 명제에 정면으로 도전함으로써 국제질서의 근본적인 변동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가 공들여 발전시켜 온 대유라시아 연대를 향한 대기획이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넘어 다극화·다지역 질서를 추동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변화하는 국제정세는 미국 중심의 ‘단극 패권질서’의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여러모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전쟁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국제질서 변동의 폭과 깊이는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전쟁의 국제적 영향

국제질서의 변동 관련 세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이 전쟁은 국제질서의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이 복원·유지하려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와는 다른 국제질서를 지향하고 있다. 러시아는 일견 ‘다극적’ 국제질서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좀 더 정확히는 권력정치에 기반한 ‘다지역(multi-regional)적 다극 질서’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세계를 구성하는 광역 지역들의 정치 구도를 중심으로 강대국들이 세력권을 상호 인정하면서 공존하는 이 질서의 핵심은 강대국 간 상호 세력권에 대한 인정과 지역적·국제적 수준의 세력균형이다. 러시아는 바로 이런 지형 속에서 자신을 유라시아의 강대국 및 중동이나 동북아시아 같은 유라시아 주변 지역에서의 핵심적 이해당사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싶어 한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주목받게 된 ‘지정학의 귀환’도 이런 러시아의 전략적 지향으로부터 확산된 추세라 할 수 있다. 2000년대 대테러 전쟁 시기 중앙 유라시아에서의 영향권 구축을 시도한 미국은 해양 세력으로는 최초로 유라시아 심장지역(heartland)에 군기지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핵심적 세력권을 지키기 위해 러시아는 미군 기지를 철수시키는데 성공했다.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는 유라시아 내 미국 영향력의 쇠퇴를 의미한다. 에너지 안보 때문에 중시되었으나 셰일 혁명 이후 미국 외교에서 중동의 중요성은 감소되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최근 행보에서 보이듯 역내 새로운 이합집산이 시도되고 있다. 러시아는 이런 힘의 공백을 이란 핵 협상과 시리아전쟁을 계기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전략은 이런 기회주의적 약진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현재 러시아가 벌이고 있는 이 전쟁은 유럽 방면의 세력권을 지키기 위한 대응이라는 성격을 띠지만, 전쟁이 장기화·심화될 경우 러시아는 기존 유럽 축 중심의 외교를 정리하고 유라시아 방면의 연대를 더욱 강화하는 대전략의 전환·재정비를 시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는 그간 진력해 온 러시아-중국-인도의 ‘전략적 협력의 삼각관계’를 기반으로 상해협력기구(SCO) 네트워크를 더욱 확대·강화함으로써 대(大)유라시아 연대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러시아의 전략은 미·중 전략경쟁 구도에서 중국에게 유용한 자산이 될 것이다. 탈냉전 시기 꾸준히 발전해 온 러·중 간 ‘전략적 동반자관계’는 바로 이런 두 지역 강대국의 이해가 수렴되면서 강화되어 왔다. 양국은 다양한 경쟁적 상황을 관리하면서 지역 수준에서의 상대의 영향권을 존중하는 안정적 신형대국관계를 수립하는 한편, 지구적 수준에서 양국을 통제하려는 미국을 견제하는데 협력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이 전쟁은 신(新)냉전적 대립 구도를 강화할 것이다. 전쟁으로 심화된 지정학적 대립은 미국과 서방의 자유주의·민주주의 진영과 중국과 러시아 같은 국가주의·권위주의 진영이 상호 대립·경쟁하는 신냉전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은 러시아의 침략전쟁을 비난하며 유례없는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디커플링(decoupling)을 통한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을 줄이려는 미국의 정책과 연관 지어 해석하거나, 서방의 금융자본 중심의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국가 주도의 산업자본주의 체제와 분리하려는 시도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첨단기술 분야 등 부분적인 중국 경제와의 디커플링이 가능할 뿐이며, 가치사슬의 전면적 분리·재편은 어렵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지난 30년 지구화와 지역화의 유산이 뿌리 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역질서에서의 세력권 경쟁과 더불어 지구·지역적 가치사슬의 재편이 시도된다면, 이는 미·소 냉전 시기를 방불케 하는 대립·대결의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신냉전은 구(舊)냉전과 두 가지 점에서 차별화될 것이다. 우선 구냉전 때는 안보·경제의 넥서스(nexus) 때문에 경제 및 안보 정책의 지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신냉전에서는 경제 및 안보가 같은 방향으로 뿐만 아니라 분리되어 갈 수도 있다. 따라서 신냉전 시기에는 구냉전 같은 정연한 전선의 형성보다 훨씬 비정형적 상호작용이 일어날 것이다. 또한 신냉전에서는 대립의 양극에 완전히 동조하지 않는 “균형 중도”(hedging middle) 세력의 중요성이 커가고 있다. 따라서 신냉전의 국제정치는 구냉전과는 다른 특성을 띠며 전개될 것이다.

셋째, ‘지정학적 중간국(geopolitical power in the middle)’의 부상이다. 지구 시장경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는 제한적으로 수용한, 이른바 지정학적 중간지대에 위치한 인도, 투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주요국들이 부상하고 있다. 대러 경제제재 관련해 서방 국가들이 일치된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 유럽 국가들조차도 러시아와의 경제적 상호의존 및 에너지 의존관계를 단칼에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미국도 러시아 석유 제품, 우라늄 및 비료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수입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중 절반이 제재에 동참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안보대화체 ‘쿼드(QUOD)’의 일원인 인도는 대러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러시아 원유를 수입해 되팔고 있으며,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석유 증산 요청을 거절한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와의 협력은 물론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포함해 서아시아 지역정치 구도의 변화를 궁구하는 한편, 중국 위안화로 원유 판매를 시작함으로써 페트로 달러(petro-dollar) 체제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미국과 긴장 관계에 있던 투르키예는 서방-러시아 간 중재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시리아와 함께 국경 쿠르드족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얼마 남지 않은 미국의 중동 내 기반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가진 이란, 시리아와 관계 개선을 통해 새로운 지역질서로의 전환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켜 온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들은 전적으로 러시아의 편을 들지 않지만, 국익에 기초한 독자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기회를 포착하여 러시아는 브릭스(BRICS) 네트워크를 확대·강화하여 기존 5개국에 신규 6개국이 가입하는 지구적 서방 견제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지구촌의 여타 국가들은 탈냉전 30여 년을 통해 미국·서방과는 다른 이질적 이익구조를 강화해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해 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전쟁 이후 세계가 질서 변환기에 접어들면서 미국 주도의 범(汎)서방 진영과 러·중 전략적 협력 축에 동조하는 반(反)서방 진영 간 대립 구도가 강화되겠지만, 그 어느 편에도 완전히 동조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지정학적 중간국’들이 부상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이들은 과거 제3세계 국가들보다 지구 정치·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졌으며, 그 다수가 세계 경제 위기 이후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는 에너지, 식량 등 필수 자원과 관련된 지구 공급망에서 핵심적 위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따라서 지정학적 중간국 특성을 지닌 한국은 변화하는 국제질서를 예의 관찰하며 대립구도 중 한편에 편승하기보다, 현실에 부합하는 균형점을 모색하여 국익을 실현하는 대외전략의 기반을 정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상하고 있는 지정학적 중간국들과의 연대를 강화하여 미·중 전략경쟁 구도의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대외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전쟁의 전망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복잡한 원인들과 국제적 지지 및 지원이 교차하고 있기 때문에 그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불법 침략전쟁의 당사자 러시아가 전쟁을 멈추고 퇴각해야 전쟁이 끝날 수 있다는 정의 진영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힘으로 제압하여 전쟁을 끝내기에는 역부족이며, 러시아의 핵 억지력 때문에 나토(NATO)가 전면 개입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경제제재로 러시아를 압박하고 제한적 재원과 무기를 지원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선전(善戰)을 지지하는 수준을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모전이 진행되면서 양국 병사들의 희생과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은 깊어가고 있다.

많은 영토를 추가적으로 잃은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민들의 고통을 보며 전쟁을 마치고 싶어도 퇴로가 없어 보인다. 그가 타협하려는 순간 힘을 잃게 될 것이다. 그래서 2022년 2월 이전 선으로의 복귀라는 중도적 제안도 받아들일 수 없는 지경이다. 서방에 의존해 크림과 돈바스까지 탈환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이다. 한편 러시아는 점령지의 영토화 작업을 계속하면서 ‘탈군사화’, ‘탈나찌화’라는 전쟁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포기하는 순간 푸틴 대통령의 국내 정치 기반도 흔들릴 것이다. 그래서 전쟁의 국내적 악영향을 최소화하려 제한된 자원만 동원하면서, 마라톤 같은 지구전을 통해 상대를 손들게 하려는 전술을 지속하고 있다. 나아가 러시아는 전쟁을 지속함으로써 우크라이나에 대한 통제를 넘어 탈냉전기를 통해 축적된 러시아의 안보적 모순을 해소하려는 ‘유럽 및 국제질서의 재편’이라는 전략적 의도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국운을 걸고 이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러설 곳 없이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는 형편에 처한 양국 중 러시아가 상대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있다. 일단 현재 합병한 4개 주를 드네프르강 기준으로 러시아 영토에 귀속하는 선에서 휴전하는 안이다. 젤렌스키는 동의하지 않고 국제여론에 호소할 것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 러시아는 전쟁을 지속하여 상대 군사력을 소진시키며 압박해 오데사, 하리코프를 포함하는 노보러시아의 완전한 편입을 실현하거나, 나아가 우크라이나를 완전 통제하려 할 것이다. 이는 길고 지루한 싸움의 지속을 의미한다.

결국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실마리는 밖에서 올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입장이 중요하다. 미국은 유럽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재건하고 러시아 국력을 제한·소진시킬 수 있는 기회로 전쟁을 활용하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군산복합체와 에너지산업 및 네오콘-네오리버럴의 반러 정책연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막대한 지원의 기반이며, 이 지원이 전쟁을 장기화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전쟁이 좀 더 장기화될 경우 국제질서의 불안정성은 높아지고, 결국 그것이 서방 연대를 약화시켜 중국만 이롭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싹트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평화 진영의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은 아니며, 새로 구성된 미 하원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어쩌면 미국이 러시아에 더 강력한 제재를, 우크라이나에는 무기지원 축소 내지 중단을 시사하며 압박한다면 전쟁 종식을 위한 회담이 올해 안에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 종식을 위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려고 전쟁이 더 가열될 수 있으며, 한국전쟁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이 협상은 1년을 훨씬 넘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명 손실과 주민들의 고통을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 결국 모든 전쟁은 회담을 통해 끝날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종식을 위한 회담에 나서야 한다. 국제사회는 외교의 장을 통한 해법 마련을 위해 적극적 중재와 압박에 나서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도전과 한국 외교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질서의 변동을 추동하면서 신냉전적 대립 구도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는 단지 진영 간 대립·경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도나 투르키예와 같은 지정학적 중간국들의 실용적이고 유연한 대응은 미래 국제질서 변동 가능성에 대비하는 전략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그 압력을 이겨내기 위한 전략적 대응은 중간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미국과의 안보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동시에 실질적 전쟁 중인 유럽 지역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은 유용한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다. 러시아는 동북아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세력균형을 위해 여전히 주요한 행위자이다. 또한 러시아는 에너지 안보 및 에너지전환을 위한 주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으며, 도래하는 북극시대를 열고 있는 러시아는 새로운 물류 혁명의 파트너가 될 것이다.

격동하는 복합대전환의 시기에 한국은 중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도발은 탈냉전기 어떤 시기에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이다. 해양 세력과의 연대를 통하여 역사상 유례없는 경제발전 및 민주화 성취의 성공 신화를 이룬 한국은 이제 분열하는 세계정치의 충격을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해야 한다. 진정한 반도 국가로서의 지정학적 정체성을 발현하기 위해 대륙의 변화와 절연하기에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성이 너무 양가적이다. 따라서 한국은 기존 해양적 발전 벡터와 한 세기 여 만에 새롭게 회복되고 있는 대륙적 발전 벡터를 아우르는 복합 전환의 대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더불어 유라시아 림랜드(Rimland)에서 한국과 유사한 지정학적 중간국의 딜레마를 겪고 있는 많은 유사 입장국들과의 중간국 연대를 다면적으로 강화하여 전략적 자율성의 공간을 조금이라도 확대해 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결국 고조되는 미·중 전략경쟁으로 중간국 외교의 딜레마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은 격동의 시기를 맞아 적절한 외교적 균형점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과 서방이 추구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가치 동맹을 확고히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이러한 연대가 중국이나 러시아 등과의 교류를 제한하지 않도록 균형적 외교의 통로를 개발해야 한다. 양자택일적 사고에서 벗어나, 환경 제약과 기회 그리고 능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한 균형점을 찾고 이를 유지할 유연하고 실용적인 전략적 사고에 기초한 중간국 외교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3권 7호 (2023년 1월 20일)

Tag:
우크라이나전쟁,러시아,미국,다지역적다극질서,신냉전,지정학적중간국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Yong-Chool Ha, Beom-Shik Shin (2022). “The Impact of the Ukraine War on Russian–North Korean Relations.” Asian Survey 62(5-6), 893-919. https://online.ucpress.edu/
  • 신범식 (2020). “지정학적 중간국 우크라이나의 대외전략적 딜레마.” 『국제지역연구』 29권 1호, 37-69. https://www.kci.go.kr/
  • 신범식 편 (2022). 『유라시아의 지정학적 중간국 외교』. 사회평론아카데미. https://sapyoung.com/

저자소개

신범식(sbsrus@snu.ac.kr)

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아시아연구소 부소장, 국제문제연구소 복합안보센터장, 외교부·합동참모본부 정책자문위원
전)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중앙아시아위원장, 서울대 러시아연구소 소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주요 저서와 논문

『아시아의 지정학적 중간국 외교』 (진인진, 2022).
『유라시아의 심장 다시 뛰다』 (진인진, 2017).
『21세기 유라시아 도전과 국제관계』 (한울, 2006).
“부상하는 메가아시아: 역사와 개념.” 『아시아리뷰』 11권 2호,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