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아시아 도시의 도전과 미래(2)
초광역권과 메가시티가 아시아에서 가지는 함의

박경현 (국토연구원)

초광역권이 부상하고 있다. 초광역권, 메가시티 전략은 국제적 경쟁력 강화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적성을 지향한다. 초광역권은 수도권 과밀화와 지역 위기 확산, 지역 차별화를 완화하기 위한 강력한 대안임과 동시에, 초국가적 차원에서 혁신, 인적자본, 기반시설, 정주환경, 지역경영을 위한 거점공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광역권 전략이 국내외 환경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 주도로 초광역권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설정하고, 정부는 거점과 주변 지역의 상생발전을 위한 실질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메가시티의 부상

도시는 국가기능의 유지를 위해 가장 유용한 정책적 공간이다. 도시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기능이 집적되어 있으며, 국가는 도시의 기능을 유지, 확대, 전환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세계와 경쟁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 도시는 주변 지역과 연계를 통해 공간적으로 확대되며, 집적의 이익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된다. 이른바 메가시티라 불리는 거대도시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지속되는 이유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은 광역의 계획 권한 및 협상력을 강화하여 국토균형발전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추구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a) 영국 분권협상 및 지자체 연합(Combined Authorities)
(b) 프랑스 레지옹 개편을 통한 광역화
(c) 독일 11개 광역대도시권

메가시티는 국가의 공간정책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핵심적 이슈다. 일반적으로 메가시티는 핵심 도시를 중심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주변 지역과 기능적으로 연계된 인구 1,000만 이상의 도시를 의미한다. 세계적으로도 메가시티는 2018년 33개에서 2020년 43개로 증가하고, 전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9%(’18)에서 8.8%(’30)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인구 5천만의 우리나라에서 근래 재부상하고 있는 메가시티 논의는 인구 1,000만 이상의 거대도시를 키우자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생긴다. 분명한 점은 우리나라 메가시티 논의의 핵심이 소수 거대도시만을 육성하자는 취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거점 대도시와 주변 지역을 연계하여 생활권, 경제권을 확대하자는 공간 정책적 프레임으로 이해하는 관점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초광역권 논의에서 지역균형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양면적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관련하여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초광역협력 지원전략(2022.10.14.)’를 발표하고, ‘초광역권’을 추가하여 국가균형발전법과 국토기본법을 개정하였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통해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광역적으로 사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윤석열 정부는 메가시티 육성을 국정과제로 제시하여 지역균형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고는 초광역권(메가시티) 논의의 정책적 의미 및 과제, 아시아 차원의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메가시티(초광역권) 특징

학술적으로 보면 메가시티(초광역권)은 행정구역은 구분되어 있으나, 일상생활 또는 경제활동이 기능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공간집적체를 의미한다. 경제공간 단위의 세계화 및 광역화와 관련하여 메가시티(mega-city), 세계도시(global city), 글로벌 도시지역(global city-region), 메가시티 리전(mega city region), 슈퍼리전(super region), 메가리전(mega region), 다중심도시지역(polycentric urban region) 등이 정책개념으로 등장하였다.

초광역권에 대한 관심은 복수의 도시-지역들이 인구성장과 외연적 확산 등을 통해 인근지역과 섞이면서 연속성을 가진 하나의 거대도시·경제권역으로 병합되는 현상이 관찰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고트망(Jean Gottmann)은 미국 북동부 해안지대(보스턴~워싱턴)에서 메트로폴리탄 지역들이 인접하여 체인 형태로 연결된 독특한 거대 클러스터를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로 명명하였다. 현재도 Bos-Wash 메갈로폴리스는 미국 국토의 2%에 불과하지만, 전체인구의 18%, GDP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세계화에 따른 핵심 도시들의 역량이 중시되면서 세계도시(world city, global city) 개념이 등장하였고, 이들 세계도시가 주변 지역으로 확장되는 광역적 공간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글로벌 도시지역(global city-region), 메가시티 리전(mega city region) 등의 광역권 공간개념이 급부상하였다. 메가시티 리전은 10~50개 도시들이 물리적으로는 이격되어 있지만, 기능적으로는 1개 이상의 대도시권 주변으로 연계되고 클러스터화된 공간을 의미한다. 유럽에서는 런던, 파리 등 세계도시뿐 아니라 란트스타트(Randstad)와 라인-루르(Rhine-Ruhr) 등의 지역까지 포괄하는 다중심성을 강조하는 다중심성 메가시티 리전(polycentric mega city region) 개념을 발전시켰다.

1990년대 이후에는 아시아의 거대한 인구집중 및 광역적 성장패턴을 설명하기 위해 메가리전(mega region)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메가리전에 대한 논의는 방대한 지역에 걸친 도시지역의 연속성 또는 인구와 경제활동의 공간적 집적 등 주로 규모와 양 등 물리적·형태적 측면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처럼 초광역권 논의는 다양하게 진행되었지만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초광역권의 특성은 중심성과 연계구조다. 중심도시와 주변도시가 공간권역을 형성하여 글로벌 스케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권역 내에서는 중심도시와 인접 지역 간 기능적 연계를 통해 동질지역을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초광역권은 공간을 획정하기 어렵고 행정구역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초광역권을 경계가 없는 도시(edgeless city), 새로운 경제·사회적 스케일로 기능하는 공간 집약체라 부르는 이유다.

그림. 세계의 29개 메가리전

주 : Richard Florida는 메가리전을 “야간 위성사진 불빛이 연접하여 나타나는 지역(contiguously lighted area)”으로 조작적 정의를 하고, 위성사진 분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제어하기 위하여 인구(인구순위), GDP(GDP 순위), 특허(특허순위), 인용수가 많은 저명학자 등을 추가로 활용하였다.

아시아의 초광역권

세계 각국을 비롯하여 아시아도 미래 지식경제 시대의 발전 패러다임을 주도하기 위한 혁신, 인적자본, 기반시설, 정주환경, 지역경영 차원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양성의 증대로 문화나 여가 등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삶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공간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에는 2018년 기준 인구 1,000만 이상의 메가시티가 20개 분포하고 있는데, 이들은 단순한 대도시가 아니라 국가의 힘이 집중되고 전 세계에 걸쳐 힘을 발산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세계의 메가시티 간에는 금융자본의 대규모 흐름과 경제 흐름이 나타날 뿐 아니라 메가시티 사이에 엄청난 양의 정보가 오고 간다.

특히 우리나라와 인접한 중국과 일본의 초광역권 현황을 보면, 중국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도시권을 기초로 하는 지역 전체 간의 경쟁 양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의 전국국토계획(2016-203)에 의하면 다중심 네트워크형 개발구도 구축을 위해 ① 국토개발집적구 건설 추진, ② 국토개발축 벨트의 적극적인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개발집적구 건설을 위해 베이징-텐진 축을 중심으로 하는 베이징-텐진-허베이(京津冀) 등 징진지 도시군, 상하이-난징(南京)-항저우(杭州) 축을 중심으로 하는 장강삼각주 도시군, 홍콩-션전(深圳)-광저우 축을 중심으로 하는 주강삼각주 도시군 등 3대 도시군을 특화개발구역으로 발전시키고, 국토개발효율을 제고하여 국제협력과 경쟁에 광범위하게 참여시킨다는 계획이다. 징진지는 베이징과 텐진 두 대도시의 영향력이 강해 인근 여타 중소도시 간의 수평적 연계는 미약하고 수직적 연계가 강하다. 베이징-텐진을 중심축으로 산동반도와 랴오닝 성(辽宁省) 중남부 도시 밀집구를 포함한 보하이만(渤海灣) 연해지구의 경제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장강삼각주지구는 배후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저장성(浙江省) 대부분, 장쑤성(江苏省) 대부분, 안후이성(安徽省) 일부분 지구를 도시군 범위에 포함시킨다. 주강삼각주지구는 개혁개방 이후 션전, 주하이, 산터우 경제특구의 주도하에 가장 먼저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향후에도 광저우-션전(广州-深圳) 축을 중심축으로 홍콩, 마카오와 지역경제 일체화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가면서, 배후지역에 대한 파급효과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2005년 국토계획제도의 재편으로 인한 광역지방계획의 수립으로 대도시권 계획이 변화하였다. 이후 일본의 메가리전은 특정 지역에 제한적이고 공간적인 범위를 설정하고 있지 않다. 일본은 2013년 「대도시 제도의 개혁 및 기초 자치 단체의 행정 서비스 제공 체계에 관한 답신」, 2014년 「지방자치법」 개정 등을 통해 광역도시정책 기반을 강화하였는데, 특히 급격한 인구감소와 저출산을 경험하면서 고차 도시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일정 인구 규모와 네트워크에 기반한 도시권을 확대할 필요성이 체감하였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전 도시를 대상으로 초광역권거대도시권역 형성을 구상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일본 도시철도공사 JR이 추진하는 ‘리니아신칸센 철도’가 있다. 2014년 「국토그랜드디자인 2050」에서 제시된 ‘새로운 대류 촉진형 국토 형성’은 동경권 등 3대 광역대도시권 각각의 특색을 발휘하면서 일체화시키는 초광역거대도시권역(super megacity region)을 형성하고, 일극 집중형 수도권을 대류형 수도권으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대류 촉진형 국토형성을 위해 국토 및 지역 구조를 ‘콤팩트+네트워크’의 형성을 추진하고, 3대 도시권의 효과를 동일본 및 남서일본에 확대하여 후쿠오카 등 초광역도시권역 이외 지역에도 국제 게이트웨이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일본은 광역연합 제도를 시행 중이다. 광역연합은 지방공공단체 및 특별구가 광역적 처리가 적합한 사무에 대하여 통합적 계획을 작성하고, 계획의 실행에 필요한 연락 체계의 정비, 통합적이고 계획적인 사무 처리를 위해 설치하는 특별지방지방공공단체다. 2021년 4월 기준 전체 광역연합 설치건수는 총 116건이며, 이 중 복수 도도부현에 걸쳐 설치된 광역연합은 간사이광역연합 1건이다.

중국의 주요 도시군 분포현황 출처 : 박인성(2015)
일본의 슈퍼 메가리전과 새로운 링크 형성전략 출처 : 국토연구원(2015)

초광역권의 다층적 함의: 지역균형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우리나라 초광역권, 메가시티 전략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적성을 지향한다. 이는 외국의 초광역 정책에서도 확인되는 바이며, 우리나라에서도 10여 년 전에 수도권메가시티 담론이 국가 경쟁력 강화관점에서 논의된 바 있다. 사실 초광역적 공간전략은 1970년대부터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한 정책 수단 중 하나였으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지역의 성장잠재력 제고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다층적 의의가 있다.

국내적으로 초광역권은 수도권 과밀화와 지역 위기 확산, 지역 차별화와 청년인구의 이동 심화를 완화하기 위한 강력한 대안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수도권에 인구 및 경제가 집중한다는 것은 역으로 비수도권 지역경제 침체, 인재 유출, 지역대학 붕괴, 심지어 지방소멸 등 지역의 위기가 악화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등 산업구조의 변화는 서울 등 수도권의 승자독식 도시화(winner-taka-all urbanism)을 강화시킨다. 비수도권은 수도권에 비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기반 경제구조로 인해 세계 경제 변동에 취약하다. 이로 인해 지역의 청년인구는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국토 불균형 현상을 바로잡고, 장기적 국가발전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경제, 행정, 문화, 사회기능을 공간적으로 광역화하여 통합하려는 초광역적 공간전략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동시에 초광역권은 초국가적 차원에서 강하게 연결된 공간적 결절점이며, 글로벌 시스템의 엔진으로서 기능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초광역권은 글로벌 네트워크 내 특정 지역들이 보다 큰 도시-지역의 스케일로 확장·재구조화된 것으로 상호 간 높은 연결성을 가진 지역이자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경제공간으로서의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의 세계화에 초점을 두고 있는 신지역주의와 지역분권화의 영향으로 인한 글로벌 공간구조의 변화는 과거 정치나 문화의 지역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이미 20세기 후반부터 아시아는 블록경제권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국가의 경쟁우위보다 지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지역분권을 통하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역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초광역권의 한계와 과제를 명확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 기존 광역적 공간전략은 지역 간 기능적 연계보다는 행정구역의 통합으로만 접근했던 나머지, 인근 지자체를 협력의 대상으로 본 것이 아니라 경쟁의 대상으로 인식한 경향이 더 컸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대규모 인프라 유치를 위한 지역 간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초광역권이 좌초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별 특성에 부합하는 장기적 안목의 인프라 투자와 함께 초광역권에서 산출된 성과를 지역들이 상호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초광역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도로 초광역권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설정하고, 정부는 거점과 주변 지역의 상생발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2권 46호 (2022년 11월 21일)

Tag:
초광역권, 메가시티, 도시권, 균형발전, 경쟁력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김예성·하예영(2022).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초광역협력과 향후 과제.” 국회입법조사처 정책보고서. https://www.nars.go.kr/
  • 박경현·윤영모·고사론(2022).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지역주도 초광역권 육성 전략.” 국토연구원. https://library.krihs.re.kr/
  • 관계부처 합동(2021.10.14). 초광역협력 지원전략(안).
  • United Nations, Department of Economic and Social Affairs, Population Division (2019). World Urbanization Prospects: The 2018 Revision. New York: United Nations. https://population.un.org/
  • OECD(2018). “The Rise of Megaregions: Delineating a new scale of economic geography.” OECD Regional Development Working Papers, No.2108/04. https://www.oecd-ilibrary.org/

저자소개

박경현(khpark@krihs.re.kr)

현)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평가자문단 위원

 

저서와 논문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지역주도 초광역권 육성 전략』 (공저), (국토연구원, 2022)
『국토계획 형성기 문헌 연구』 (공저), (국토연구원, 2021)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평등 심화와 균형발전 정책과제』 (공저), (국토연구원, 2021)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초광역 연계 발전방향』 (공저), (국토연구원, 2020)
“Dreams and Migration in South Korea’s Border Region: Landscape Change and Environmental Impacts.” (공저). AAAG. 190(2).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