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아시아국가의 경제 (4)
중국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경제 발전

서봉교 (동덕여자대학교)

지난 수년간 진행된 중국 경제의 수많은 변화들 중에서 가장 의미 있는 한 가지는 급속한 디지털 전환이다. 2010년 이후 진행된 스마트폰 모바일 기반의 기술 패러다임 전환을 추격의 기회로 활용한 중국은 디지털 기반의 다양한 신산업에서 글로벌 선두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 변화의 선두에는 빅테크 플랫폼의 모바일 결제와 데이터 산업의 발전이 있다. 작년부터 중국정부는 본격적으로 5G 통신망,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설비, 산업인터넷 네트워크 등을 비롯한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新인프라 투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중국 내수시장 형성과 세계 디지털 산업을 선도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이 디지털 강국을 유지하려면 중국의 디지털 경제발전을 주목해야 한다.

중국경제는 미국과의 분쟁,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2020년 2.3%의 플러스 성장, 2021년 1분기에는 18.3%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견제와 세계적인 전염병이라는 외부적인 충격에도 불구하고, 예상과 달리 중국 경제가 이렇게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2010년 이후 급격하게 변화된 중국 경제의 체질 개선으로 그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중국 수출 의존도 급감과 체질 개선

첫째, 대외적인 측면에서 중국경제는 이전의 수출 주도형 성장 모델에서 지난 수년간 내수 소비형 성장 모델로 전환이 진행되었다. 과거 90년대 중국은 국제 분업시스템에 편입되면서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선진국에 대한 저임금 공산품 수출에서 확보할 수 있었다.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은 중국의 경제성장을 가속화시켰지만, 동시에 대외의존도를 더욱 높이게 만들었다. 중국의 GDP 대비 수출 비중은 90년대 10% 수준에서 2006년 36%까지 급속하게 높아졌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성장둔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 중국에 대한 무역불균형 문제 제기 등으로 수출에 의존한 성장 모델은 한계에 직면하였다. 이후 중국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소득불균형 개선 등의 내수 소비 확대를 성장원동력으로 대체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GDP 대비 수출 비중이 2020년 18%로 급감하였음에도, 6% 이상의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지난 수년간 미국과의 무역 분쟁과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견제와 같은 외부 공격에도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내성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패러다임의 전환

둘째, 대내적인 측면에서 중국 경제는 스마트폰 모바일 기반의 디지털 경제로의 기술 패러다임 전환을 경제성장 원동력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10년 이후 등장한 스마트폰으로 기존의 다양한 디지털 기기가 통합·수렴(Convergence)되었다. 특히 기업과 고객의 접점이 스마트폰으로 일원화되면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히 혁신적으로 변화되는 산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폰 모바일 기반의 디지털 전환은 특히 금융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기존 전자상거래나 검색엔진, 소셜미디어 등 네트워크 플랫폼을 통해 고객 기반을 구축한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이 이러한 디지털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스마트폰 디지털 기술혁신이 선도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은 기존의 전통적인 제조업, 에너지, 바이오, 서비스업 등에 융합되어 가장 중요한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고 표현되는 이러한 디지털과 경제성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는 국가가 미래의 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중국 역시 지난 수년간 ‘중국제조 2025’나 ‘인터넷플러스’와 같은 정책으로 디지털 경제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의 핵심은 디지털 기술혁신을 차세대 신(新)산업과 제조업의 업그레이드에 적용하여 지속적인 경제성장 원동력을 육성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중국의 모바일 디지털 경제

중국은 통신업의 발전 과정에서 유선통신(인터넷)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선통신(모바일) 단계로 도약형(Leapfrog) 성장을 이루었다. 스마트폰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중국에게 추격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스마트폰 모바일 산업의 발전은 중국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

통계 기준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2020년 기준으로 중국의 디지털 경제는 전체 GDP의 38.6%에 육박하고 있는데, 이는 일부 선진국보다도 높고 신흥국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05년 중국의 디지털 경제 비중이 2.6%에 불과하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 발전 속도는 압도적인 세계 최고이다<그림 1 참조>. 지난 5년간 디지털 경제의 중국 경제성장 기여율은 평균 65%에 달해 중국경제 성장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한국은행, 2021).

그림 1. 중국의 디지털 경제 발전과 기여율 추이- 중국의 디지털 경제 규모
출처 : 한국은행 (2021)

그림 1. 중국의 디지털 경제 발전과 기여율 추이 – 중국의 디지털 경제 및 산업 성장 기여율
출처 : 한국은행 (2021)

 

중국 빅테크 플랫폼의 모바일 결제 급성장

지난 수년간의 중국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한국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특징은 알리바바나 텐센트와 같은 빅테크 플랫폼의 역할이다. 이러한 빅테크 플랫폼은 중국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해외로 진출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있다. 그 선두주자는 알리페이(支付宝)와 위쳇페이(微信支付)이다. 알리페이는 2019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 세계 54개 국, 위쳇페이도 40여개 국에서 중국인 해외여행객들에게 국제 모바일 소액결제(Cross-border Retail Payment)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제결제 분야에 신흥 강자로 부상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미중간 플랫폼 대립국면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 플랫폼에 중국의 빅테크 플랬폼(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이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디지털 기업의 다양한 신흥 융합산업으로의 진출에 대한 규제로 인해 빅테크 플랫폼의 성장이 제약되고 있다고 평가된다.

특히 이러한 중국 빅테크 플랫폼의 발전 과정에서 스마트폰 모바일 결제는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중국 플랫폼 사업자들은 알리페이나 위쳇페이와 같은 자체적인 비은행 결제플랫폼을 확보하였다. 이러한 결제플랫폼을 통해 사용자들과 전자상거래 사업자들을 자신의 플랫폼에 락인(Lock-In) 하면서 다양한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정부는 기존에 은행만이 담당하고 있던 지급결제 업무 라이센스를 2010년대 초반부터 비은행 결제사업자에게도 허가하면서 모바일 결제생태계가 구축되는 것을 지원하였다.

중국 빅테크 모바일 결제사들의 오프라인 QR코드 모바일 결제는 디지털 은행카드보다 더 강력하게 중국의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선도하였다. 중국의 은행카드(신용카드 포함) 대비 모바일 빅테크 플랫폼의 결제 비중은 2015년 2%에서 2019년 23%로 급격히 증가하였다. 2015년 이후 모바일 결제 금액의 연평균 증가율은 119%에 달했다.

그림 2. 각국의 GDP 대비 현금(M0) 비율 추이(%)
출처: 한국은행, 중국통계국

나아가 중국 정부는 2020년 하반기부터 모바일 기반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시범적으로 도입하였다. 이에 따라 중국은 향후 현금사용 비중이 더 빠르게 감소하고 디지털 결제가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중국의 GDP 대비 현금(M0) 비율은 2000년대 초반 15% 수준에서 2020년 8%까지 급격히 감소하였다<그림 2 참조>. 이는 같은 시기 미국이나 한국 등에서 GDP 대비 현금 비율이 증가한 것과도 대조된다. 이러한 변화들은 향후 중국의 디지털 경제 발전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디지털 데이터 산업 경쟁력 강화

나아가 중국 빅테크 플랫폼의 발전은 중국의 데이터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알리페이와 위쳇페이는 단순히 모바일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금융 사업자가 아니다. 가입자의 전자지갑에 충전된 자금을 소액재테크 펀드상품에 투자하고, 결제 정보를 재구성하여 개인 신용평가와 소액 대출, 신용 기반의 후불 결제 서비스, 증권 중개, 보험 상품 등을 판매하는 종합 금융회사이다. 동시에 가입자에게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배달 서비스, 위치기반 서비스, OTT 동영상 서비스, 온라인 여행상품, 개인 맞춤형 광고 추천 등을 포함한 다양한 O2O 비즈니스가 주요 수익원인 빅테크 플랫폼이다. 최근에는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관련 신산업을 선도하는 혁신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빅테크 플랫폼에 축적된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에 필수적인 데이터의 저장, 연결, 분석 및 활용과 연결된다. 특히 데이터의 경쟁력은 미래 디지털 경제의 경쟁력으로 연결된다. 디지털 전환에 중요한 데이터는 개인의 수요와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민감한 개인정보(Private Information)와 관련성이 높다. 공적인(Public) 데이터가 아니라 사적인 데이터일수록 기업에게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빅테크 플랫폼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즈니스 가치가 높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개인정보를 활용한 개별화된 서비스를 발전시키는데 용이하였다. 디지털 데이터의 상업적 활용도가 높은 중국의 제도적 환경이 개인정보 보호가 강한 국가들에 비해 다양한 디지털 신산업의 발전과 디지털 데이터 생태계의 구축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중국의 디지털 신()인프라 투자 확대

2020년 코로나 충격과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 속에서 중국 정부는 경기방어의 수단으로 5G 통신망,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설비, 산업인터넷 네트워크, 특고압 송전설비, 광역철도망, 전기차 충전시설 등의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인 ‘新인프라 투자’ 정책을 추진하였다. 新인프라 투자의 핵심은 디지털 경제와 미래 성장잠재력의 확보를 위한 정보인프라, 융합인프라, 혁신인프라 역량의 구축이다.

이러한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중국 내수시장 형성과 세계 디지털 산업을 선도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이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미래의 첨단기술 산업이 중국을 중심으로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에 이러한 첨단산업의 주요 시장이 미국 등 선진국에서 형성되었던 반면, 향후에는 중국이 거대한 내수시장과 세계 최고의 디지털 인프라를 바탕으로 첨단산업의 주요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과연 글로벌 첨단기업들이 이러한 중국의 디지털 시장과 단절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과 함께 디지털 산업을 발전시킬 것인가? 한국 경제, 특히 디지털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중국의 디지털 경제를 주목하고 분석해야 하는 이유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1권 20호 (2021년 8월 2일)

Tag:
디지털전환, 빅테크플랫폼, 데이터산업, 신(新)인프라투자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서봉교 (2019). “중국과 한국의 모바일 결제에서 은행과 비은행 결제사의 관계 비교.” 『동북아경제연구』 31권 2호, 63~97
  • 한국은행 (2021). “중국의 디지털 전환 현황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 『한국은행 국제경제리뷰』 2021-13호.
  • 한국은행 (2020). “중국 인프라투자의 특징과 시사점.” 『한국은행 국제경제리뷰』 2020-15호.
  •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2019). “BigTech and the changing structure of financial intermediation.” BIS Working Papers No.779, 1-45 https://www.bis.org/pu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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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ziawgo, Tomasz (2021). “Big Tech Influence on China Financial Sector.” European Research Studies Journal 24, 1110-1120. https://www.proquest.com/docview/
    2534654485?pq-origsite=gscho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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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서봉교(sbongk@dongduk.ac.kr)

현)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
전) 금융위원회 핀테크 금융혁신 T/F 민간전문위원, 삼성금융연구원

 

저서와 논문:

『중국경제와 금융의 이해: 국유은행과 핀테크 은행의 공존』 (오래, 2018)
『중국 모바일 결제 플랫폼의 발전과 시사점: 알리바바 사례를 중심으로』 (공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8)
“중국 빅테크 플랫폼의 후불결제 금융서비스에 대한 신용카드사의 대응과 시사점.” 『현대중국연구』. 22권 4호. (2021)
“미-중 국제금융 헤게모니 경쟁과 중국의 디지털 국제금융 도전.” 『미래성장연구』 5권 2호.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