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4월 1일, 중국의 구조팀이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지진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헬로아카이브
2025년 3월 28일, 현지시간 약 오후 12시 50분경 미얀마에서 진도 7.7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진앙지는 미얀마의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만달레이(Mandalay) 근처였다. 사상자 규모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5000명 이상의 사람이 사망했고, 수천 명이 부상당했으며, 수백 명이 아직 실종 상태라고 추정하는 보고가 있다. 12만 채 이상의 주택과 학교와 병원 및 종교 시설을 포함한 수많은 공공 건축물이 파손되거나 무너졌다. 1720만 명이 이번 재난에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진으로 인해 피해 지역의 의료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여성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 의료 시설 손상, 의료 용품 부족, 임신과 출산 관련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 제한 때문에, 22만 명 이상의 임산부들이 위험에 처했다.
전쟁 중의 지진 대응: 복합적 인도주의적 위기
지진에 대한 대응은 미얀마에서 진행 중인 무장 분쟁으로 인해 몹시 복잡한 상태이다. 미얀마 내전은 1948년 독립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내전 중 하나로 꼽힌다. 2021년 2월의 군사 쿠데타 이후로 미얀마 내전의 분쟁 수준은 극적으로 격화되었다. 이 쿠데타는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가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2020년 11월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이후에 발생했다. 2021년 2월 1일, 새 의회가 소집되기 바로 직전에, 땃마도(Tatmadaw)로 알려진 미얀마 군부는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정권을 장악했다. 군부는 아웅산 수치, 윈 민(Win Myint) 대통령 및 다른 고위 인사들을 구금하였고, 1년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민 아웅 흘라잉(Min Aung Hlaing) 사령관을 새로운 통치 기구인 국가행정위원회(SAC)의 수장으로 삼아 권력을 이양했다.
이 쿠데타는 광범위한 항의와 시민 불복종 운동을 촉발했고, 군부는 폭력적인 탄압으로 대응했다. 무장 분쟁은 많은 지역에서 격화되었으며, 특히 소수민족 무장단체(EAO)들과의 오랜 충돌이 계속된 국경 지역에서 이러한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쿠데타 이후 결성된 국민통합정부(NUG)는 축출된 국회의원과 망명 중이거나 지하에서 활동하는 운동가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미얀마의 합법적 정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쿠데타에 대응하여 인민방위군(PDF)으로 알려진 새로운 무장 저항 조직이 생겨났다. 현재 미얀마 전역에 600개 이상의 인민방위군이 존재한다. 이 조직들은 규모나 역량, 소속이 다양하며, 어떤 조직은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고, 다른 일부는 국민통합정부와 연계되어 있으며, 많은 조직들이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체 인민방위군의 절반 이상이 중부 건조 지대에 밀집해 있으며, 이 지역은 쿠데타 이전에는 상대적으로 평화로웠으나 2021년 이후로는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이 되었다. 사가잉(Sagaing)과 만달레이(Mandalay)는 인민방위군의 저항 중심지가 되었고, 국가행정위원회 반대 세력(anti-SAC)은 대도시를 포함한 많은 지역에서 군부를 성공적으로 축출하였다. 이 지역들은 최근 지진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이다.
피해자 폭격: 미얀마 군부의 지진 대응
지진 발생 이후, 국가행정위원회는 6개 피해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공식적으로 국제 구호를 요청했다. 또한 포화 상태인 병원들을 지원하기 위한 헌혈을 촉구했다. 4월 2일, 군부는 20일간의 일방적인 휴전을 선포했으며, 이후 휴전을 4월 30일까지 연장하였다. 국민통합정부와 소수민족 무장단체들 또한 구호 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휴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휴전은 문서로만 존재했다. 이번 재난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군부는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전략적 이점으로 이용하려 했다. 군사 작전이 지속되었고, 사가잉과 만달레이의 지진 피해 지역에 공습도 이어졌다. 3월 28일과 4월 24일 사이, 군부는 140회의 공습을 포함해 최소한 207회의 공격을 감행했다. 유엔 인권사무소의 자료에 따르면, 이 공격들 중 70회 이상이 지진 피해 지역을 표적으로 삼았다. 사가잉 지역에서는 주거 지역을 목표로 하는 공습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으며, 지진 이후 한 달 동안 공습으로 인한 사상자 수가 증가하였다.
군부는 반군부 세력이 장악한 지역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을 지속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미얀마로 유입되는 원조는 군부가 통제하는 경로를 지나야만 하며, 그 분배는 국가행정위원회가 장악한 지역에 유리하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차단 및 언론 제한을 통해 국가행정위원회는 정보와 이동을 통제하고 있으며, 이는 구호 단체들 간의 협조를 심각하게 방해하고 지진 생존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전파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미얀마의 인도주의적 대응에 대한 시사점
미얀마 내전과 2025년 지진이 중첩되면서 복합적인 인도주의적 위기가 일어났다. 계속되는 군사작전, 제한된 원조 접근, 파손된 기반시설 및 통신 두절은 모두 효과적인 재난 대응을 저해했다. 이러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 대응 기관들은 다음의 시사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 미얀마 군부는 이번 재난을 전략적 이점을 위해 이용하려 하고 있다. 국가행정위원회는 인도주의적 필요를 우선시하기보다는, 자신들이 퇴각했던 지역의 통제권을 되찾으려 시도하면서 이 위기를 이용하고 있다.
- 실질적인 휴전이 없다. 공식적인 선언에도 불구하고, 폭력 사태가 완화되지 않는다. 인도주의적 전략은 공식적 발표가 아니라 현지의 실제 상황을 중점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 새로운 원조 전달 모델이 필수적이다. 전통적인 국가 중심 접근은 국가의 상당 부분이 비국가행위자(non-state actor)에 의해 통치되는 상황에서는 효과적이지 않다. 이러한 접근은 미얀마의 가장 취약한 인구층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미얀마의 정치적 상황은 국가행정위원회가 미얀마의 소수 지역만을 통제하면서 완전히 전복되지는 않은 상태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얀마의 넓은 지역이 계속해서 비국가행위자에 의해 통치될 것이다. 기부자와 정책 결정자들은 중앙에서의 국가 수준의 전환(새로운 선거나 평화 협정)을 기다릴 수 없으며, 이러한 현실 내에서 원조를 제공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수민족 무장조직, 인민방위군, 그리고 시민사회 네트워크와 유연하고 실질적으로 협력함으로써, 분쟁 지역 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을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지진 대응의 최전선에서 활동했음에도 자원이 제한되었던 지역사회 기반 조직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도 포함된다.
- 재난 대응은 분쟁 민감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 구호 활동가들은 분쟁을 단순히 ‘우회’하려 시도하기보다, 분쟁이 어떻게 원조 물자의 전달과 분배 및 사람들의 재난 대응 역량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분쟁 분석에 대한 훈련이 요구되며, 재난 대응의 모든 단계에서 분쟁에 민감한 접근법을 통합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 미얀마 군부에 대한 무기 및 항공유 판매 금지를 위한 노력을 재개해야 한다: 국가행정위원회의 지속적인 인권 침해와 지진 직후 자행된 공습은, 미얀마 군부에 대한 무기 및 항공유의 전달을 제재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의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한다.(번역: 박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