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AI 경쟁과 나머지 세계의 지정학

윤대엽 (대전대학교)

트럼프-시진핑 2기 인공지능(AI) 경쟁은 디지털 상호의존을 무기화하는 미중경쟁의 최전선이다. 중국 특색 AI 모델인 딥시크 쇼크는 트럼프 행정부가 책임성을 우선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AI 규제를 전면 폐기하고 공세적 AI 전략을 추진하는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이익 우선 거래주의, 친구 없는 패권주의, 이기적인 미국 우선주의를 추진하는 트럼피즘은 미국 AI 리더십의 리스크를 수반한다. AI의 상업화와 세력권 구축은 나머지 세계(the Rest)의 채택에 달려있다. AI의 사용자이자 데이터 제공자인 나머지 세계는 AI 규범, 질서와 기술-경제-안보가 결부된 AI 세력권을 구축하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리스크와 중국 특색 AI 모델이 결부되면서 미중 AI 경쟁은 디지털 세력권을 넘어 AI 기반 전략적 세력권을 구축하는 지정학적 쟁점이 되었다.

위 그림은 ChatGPT를 활용해 제작됨

미중 AI 세력권 경쟁 2.0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중 AI 세력권 경쟁 2.0이 시작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AI 규제를 해로운(harmful) 것으로 비판하고 출범 직후 관련 정책, 지침, 규정, 명령을 모두 철폐했다. AI의 책임성과 신뢰성을 우선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가 AI 혁신을 방해하고 미국의 AI 리더십을 위협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AI 경쟁은 상호의존을 무기화하는 미중경쟁의 최전선이 되어왔다. 미중 AI 경쟁이 시작된 것은 오바마-시진핑 시기다. 시진핑 체제의 공세적 중국 문제에 대응하여 전략적 재균형을 추진한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 인공지능의 군사적 활용을 위한 ‘제3차 상쇄전략’를 발표했다. 1970년대 이후 40년 만에 전략적 열세를 비대칭적 경쟁을 목표로하는 ‘상쇄(offest)’ 개념이 재등장 한 것은 ‘부상 이후 중국’에 대한 전략적 의구심을 반영한 것이다. 2015년 시진핑 체제가 반도체·5G·AI 굴기를 포함한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2016년 ‘국가 AI R&D 전략’을 처음 발표하고 AI 경쟁을 시작했다.

미중경쟁이 본격화된 트럼프-시진핑 시기(2017-2021) 미중 AI 경쟁도 본격화되었다. 시진핑 체제는 2017년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중국 특색의 AI 국가책략을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AI 국가책략은 2019년 ‘미국의 AI 리더십 유지’를 명시한 행정명령이 기본 원칙이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공지능(2018), 디지털 공학(2018), 빅데이터(2019), 클라우드(2020), 소프트웨어(2022) 등 국방 디지털 전환 전략을 추진하는 한편, 2020년 ‘국가 AI이니셔티브법’을 제정하고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에 ’국가 AI이니셔티브실(NAIIO)‘을 신설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AI 국가책략을 지정학적 경쟁으로 확장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술적 우위와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안정을 위해 2022년 ‘반도체 칩과 과학법‘을 제정했다. 반면, 2023년 11월에 발표된 바이든 행정부의 첫 AI 행정명령은 책임 있는 AI 개발과 활용을 강조했다. AI 안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 시험, 평가, 검증, 확인 등의 엄격한 규제가 강화되었다. 그리고, 2025년 1월 상무부 산업 및 보안국은 AI 경쟁을 통상으로 확대한 ’AI 확산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AI 프레임워크는 AI 반도체와 클라우드 컴퓨팅의 교역과 이전 가능 국가를 3개 티어(tier)로 구분하고 AI칩의 교역과 클라우드 컴퓨팅의 75%를 1티어 18개국으로 제한하는 지정학적 경쟁전략이다.

딥시크 쇼크와 트럼프 리스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딥시크(DeepSeek)가 발표되면서 미중의 AI 세력권 경쟁은 전환점을 맞았다. 딥시크가 미중 AI 경쟁의 스푸트닉 순간으로까지 비유된 것은 중국 특색의 AI 모델의 파괴적 혁신과 비교우위 때문이다. 딥시크는 고성능 반도체 없이 미국 AI 모델의 5%에 불과한 비용으로 구현한 저비용·고성능 AI 모델이다. 고품질 데이터 없이 훈련과 학습비용을 절감한 딥시크는 미국이 주도한 고가의 독점적 AI 모델을 대체하는 대안이 되었다. 무엇보다 딥시크는 개방형 AI 모델이다. 미국의 플랫폼 기반 AI 골리앗에 도전하는 AI 다윗이 된 딥시크는 AI 주권, 그리고 미국 디지털 플랫폼의 독점을 완화하는 AI 민주주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중국의 AI 굴기에 대응하여 트럼프 행정부는 공세적 AI 전략을 발표했다.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가 참여하는 ’스타게이트‘는 미국 내 AI 인프라 건설에 5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사업이다. 빅테크의 부상을 상징하는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트럼프 2.0 시대에 주역이 된 것도 중요하다. 머스크는 트럼프 캠프에 2억 5900만 달러를 기부하며 역사상 최대의 정치적 후원자가 되었다. 트럼프-머스크 파트너십은 디지털 혁신을 제약했던 빅테크 규제를 철폐하고 AI 도약의 동력이 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리스크가 미중 AI 세력권 경쟁에 변수가 되었다. 4년 전 재선 실패의 교훈을 학습한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MAGA주의로 진화시켰다. 양극화된 국내 정치에서 성장한 트럼피즘은 바이든 정책폐기(Anything but Biden)를 넘어 전후 미국주도 질서폐기(Anything but US-led Order)를 구조화할 수 있다. 이익 우선 거래주의, 친구 없는 패권주의, 이기적인 고립주의가 혼재된 MAGA주의가 세계질서의 리스크를 수반하고 있는 가운데, 상호관세를 강제하는 트럼프의 무역정책은 민주주의, 자유무역, 기축통화, 동맹체제를 기반으로 했던 전후 미국주도 패권질서의 변화시키고 있다.

AI 세력권 경쟁과 나머지 세계

AI 및 첨단기술 지상주의와 미국우선 고립주의가 공존하는 트럼피즘은 AI 세력권 경쟁과 상호대항적 모순이 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DX)과 인공지능 전환(AX)은 산업화 시대의 경쟁우위와는 성격이 다르다. 인공지능 전환은 디지털 기술, 데이터 주권, 사이버 안보가 삼위일체로 통합되어 있다. 딥시크의 혁신이 AI 경쟁을 넘어 안보 문제가 된 것은 사용자의 데이터가 오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의 양적, 질적 신뢰성에 비례하는 AI 성능은 네트워크 효과에 따라 빅테크 플랫폼을 구조화한다. 검색엔진 시장의 90%, 클라우드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미국 빅테크가 AI 혁신을 주도할 수 있었던 기반이다. 디지털 상호의존의 심화에 비례하는 사이버 위협은 디지털 전환, 데이터 안보, 사이버 안보를 통합한 사이버 동맹을 재편하고 있다.

AI가 경제, 기술, 안보는 물론 국제 거버넌스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식 고립주의는 중국 특색 AI 모델이 채택되고 확산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AI 세력권 경쟁은 강대국이 독점했던 핵무기와 우주 공간의 군사화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세계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글로벌 사우스, 그리고 나머지 세계는 AI 플랫폼의 수동적 채택자가 아니다. AI의 사용자인 나머지 세계는 곧 AI의 데이터 제공자이기도 하다. 우주 공간을 상업화하는 뉴스페이스 혁명의 본질이 우주 플랫폼 기반 데이터 활용에 있는 것처럼, AI의 상업화와 AI 세력권은 나머지 세계의 선택에 달려있다.

MAGA주의와 트럼프식 고립주의가 미국의 전략적 관여(strategic engagement)를 축소시키면서 중국 특색의 AI 모델은 나머지 세계에 비교우위를 가진 선택지가 되었다. 고성능이지만 값싼 딥시크는 나머지 국가들이 산업, 스마트 시티, 공공서비스 등 다양한 수준의 효율적 AI를 도입하는 수단이다. 오픈소스 AI 모델의 개방성은 고가의 독점적 AI 모델에 비해 누구나 채택하고 수정하여 적용할 수 있는 용이성도 높다. AI 주권, 플랫폼 민주주의라는 나머지 국가의 정치적 필요에도 부합한다. AI 모델의 채택은 데이터 이전, AI 반도체, 클라우드, AI 규범 등 AI 생태계의 복합적 상호의존을 수반하는 전략적 세력권의 기반이다. 트럼프 리스크와 중국 특색 AI 모델이 결부되면서 미중 AI 경쟁은 디지털 세력권을 넘어 전략적 세력권을 구축하는 지정학적 쟁점이 되었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5권 12호 (2025년 4월 14일)

Tag: 인공지능, AI 세력권 경쟁, 트럼프 리스크, AI 지정학, 딥시크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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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대엽 (2024). “인공지능의 무기화 경쟁과 인공지능 군사혁신.” 『국제정치논총』64(1), 333-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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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unnmon, Jared (2025). “The Real Threat of Chinese AI: Why the US Needs to Lead the Open-Source Race.” Foreign Affairs, February 28. (접속일 2025년 3월 17일) https://www. foreignaffairs.com/china/real-threat-chinese-ai
    • Feakin, Tobias (2025). “AI Geopolitics beyond the US-China Rivalry: The Role of the Global South.” ASEPEN Digital, March 7. (접속일 2025년 3월 17일) https://www.aspendigital.org/blog/ai-geopolitics-beyond-the-us-china-rivalry/

저자소개

윤대엽 (solon602@gmail.com)

현)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및 PPE전공 교수

현) 서울대 미래전연구센터 객원연구원, 연세대 중국연구원 객원연구원

<주요 저서와 논문>

『경제안보와 기술동맹의 중견국 전략』(공저), (사회평론아카데미, 2024).

『주변4망의 사이버 국제관계』(공저), (사회평론아카데미, 2024).

“인공지능의 무기화 경쟁과 인공지능 군사혁신.” 『국제정치논총』64(1), 2024.

“한국과 일본의 데이터 규제와 통상정책: 디지털 상호의존의 정치경제.” 『아세아연구』67(3), 2024.

“우주공간의 군사화와 우주군사혁신.” 『21세기정치학회보』34(3),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