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념행사: 주한 아랍에미리트 대사와 주한 이스라엘 대사와의 대화
아브라함 평화협정의 장래

아시아 브리프

지난 3월 17일, 아시아 브리프는 창간을 기념하여 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대사와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초청하여 “아브라함 평화협정의 장래”에 대해 논의하였다. 여기에 두 대사의 발표와 토론을 한글로 요약한 것을 게재한다.

“평화협정이 중동의 안정, 번영, 일자리 창출에 기여”: UAE 알 누아이미(Abdulla Saif Al Nuaimi) 대사

작년 8월에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은 공동성명에 합의했고 9월에 이 협정에 서명했다. 아브라함 평화협정의 “아브라함(Abraham)”은 아랍인과 유대인의 공동 조상으로, 서로를 인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협정은 아랍에미리트가 지금까지 다른 국가와 문화에 대한 관용과 평화공존 정책을 추구한 결과이다. 중동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이 지역 인구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고용안정을 통해 테러리스트 양산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협정에 바레인이 함께 참여하였고, 뒤를 이어 수단과 모로코도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였다.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간의 관계 정상화는 안정과 번영을 갈망하는 아랍에미리트 국민과 지역의 열망을 반영한 것이다. 양국이 미국과 협력하여 외교, 과학, 문화, 경제 분야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나아가 지역 안보 창출은 경제 사회적 이익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작년 협정 체결직후 아랍에미리트는 첫 대사를 이스라엘에 파견하고 양국의 전면적인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무역, 금융, 투자, 민간항공, 과학, 혁신, 보건, 관광 분야 등에서 양국간 협력이 증가하고 있다. 그리하여 지역의 안보, 경제, 사회 분야에서 즉각적이고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고 있다. 구체적인 성과를 보면 양국이 코로나19 연구와 치료를 위해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외에 양국의 실무진들이 핵심 분야에 있어서 다양한 양자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아라비아반도의 다른 국가들도 평화협정에 함께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알 누아이미(Abdulla Saif Alnuaimi) 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대사

아랍에미리트는 평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아랍에미리트는 2019년을 “관용의 해”로 선포하고, 2월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아라비아반도 국가 중 최초로 초청하였다. 이집트 알아즈하르의 대이맘(최고 지도자) 아흐메드 알타예브(the Grand Imam of Al-Azhar Ahmed Al-Tayyeb)도 초청하였다. 두 종교 지도자가 이 행사에서 “세계평화와 공동의 삶을 위한 인류 형제애에 관한 문서(a document on human fraternity for world peace and living together)”에 서명하였다. 아랍에미리트의 평화를 위한 이러한 노력이 다른 국가들에게 롤 모델이 되기를 희망한다.

또 아랍에미리트는 화성탐사선인 “희망호(Hope Mission)”를 발사하여 올해 2월에 안전하게 화성 궤도로 진입하였다. 이로써 아랍에미리트는 세계에서 5번째, 아랍국가 중 최초로 화성 탐사선 발사에 성공한 국가가 되었다. 희망호의 목적은 화성의 기후와 대기를 관측하는 것이다.

아브라함 평화협정이 한국에 주는 함의가 크다. 특히 남북한이 평화관계를 맺는데 하나의 통찰력을 제공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올해 아랍에미리트에서 개최되는 2020 두바이 엑스포(EXPO)를 소개하고자 한다. 코로나19로 일정이 조정된 결과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열리는 엑스포에 2천5백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며, 또 22만7천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리고 올해 12월 2일이 아랍에미리트의 독립 50주년 기념일인데, “다가 올 50년(Toward the Next Fifty)”이라는 슬로건 아래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평화협정이 한국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스라엘 토르(Akiva Tor) 대사

아브라함 평화협정은 작년 8월에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간에 맺은 평화협정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적극적인 주선으로 작년 9월에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그리고 이스라엘과 바레인간에 서명한 협정을 뜻하기도 한다. 이 협정을 아브라함협정이라고 한 것은 유대인들의 조상인 이삭의 아버지이자, 아랍인들의 조상인 이스마엘의 아버지인 아브라함을 내세워 동일한 뿌리를 강조하려는 것이다.

그럼 어떤 요인이 이 협정을 가능하게 했나? 첫째,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존재를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점차 굳어지고 있어서 이 협정이 가능했다. 4반세기 훨씬 전부터 이스라엘은 이집트(1979년), 요르단(1994년), 팔레스타인(1993년) 등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후 아랍국가와 관계정상화를 추진해 나오고 있다. 또 이스라엘이 튀니지와 오만에 이익대표부를 설치하였으나 불행히도 오래가지 못했지만 다시 회복될 것이다. 둘째, 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수렴한 바, 시아파 이슬람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다. 이란은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하고 있다. 비록 이란과 이스라엘간의 지리적 거리는 1800킬로미터로 매우 떨어져있고, 또 양국 간의 직접적인 갈등 이슈는 없으나 이스라엘은 이란의 대외 국력 투사를 거의 매일 느끼고 있다. 이란은 꾸준히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들은 혼자서 이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기 때문에 함께 대응하고자 한다. 현실을 직시할 때 이러한 연합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셋째, 미국의 강한 리더십이 이번 평화협정에 기여하였다. 미국의 리더십이 바람직스럽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1993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의 오슬로협정은 양국 간 직접 비밀협상으로 이루어졌으나 미국 백악관에서 서명하였다. 이집트, 요르단과 체결한 평화협정에도 각각 미국의 카터대통령과 클린턴대통령이 크게 기여하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걸프지역 국가 간의 평화를 이루는데 외교정책의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많은 시간과 외교 자원을 투입하였다. 우리는 미국에게 감사한다. 마지막 요인은 용기 있는 국가지도자이다. 여론과 지역의 반발은 여전하다. 예컨대 최근 알제리의 인기있는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1972년 독일 뮌헨올림픽에서 이스라엘 운동선수들을 살해한 알제리인을 비판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정식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핵심 이유는 팔레스타인 지도부의 분열과 허약함이었다. 한편 이스라엘 대사는 이집트의 대학 캠퍼스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바, 오늘과 같은 이런 모임이 불가능하다. 일반 대중을 기꺼이 이끌어나가는 국가지도자가 평화를 만들어낸다.

아키바 토르(Akiva Tor​) 주한 이스라엘 대사

앞으로 평화를 공고히 하려면, 특히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정치적 난관을 극복하려면 정부 간의 대화에 못지않게 국민 간에, 시민사회 간에 교류협력이 필요하다. 아마 오슬로평화협정의 최대 실수는 아라파트(Yasser Arafat)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장의 잘못된 판단이었다. 민간 교류가 평화 달성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양보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근시안적인 사고로 이런 실수를 저질렀다. 이번 아브라함협정은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협정 체결 후 이미 13만명의 이스라엘 여행객과 투자자들이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방문했다. 이스라엘에 유학을 가거나 비즈니스를 원하는 아랍에미리트인들이 히브리어를 공부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 국영 수자원회사인 메코로트(Mekorot)가 바레인의 대규모 해수 담수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아랍에미리트가 이스라엘의 제조업, 물, 우주, 태양과 그린 에너지, 보건, 농업기술 등에 투자하기 위해 100억달러 기금을 조성하기로 발표했다. 이번에 아랍에미리트 우주선이 성공적으로 화성 궤도에 진입한 것을 축하한다. 장래에 우리들이 함께 화성에 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지난 주에 토마스 프리드만(Thomas Friedman)이 뉴욕타임즈 칼럼에서 “아랍에미리트-이스라엘 연합은 중동에서 가장 성공한 아랍국가와 가장 성공한 비(非)아랍국가간의 결합이어서 수많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모두가 성공할 수 있도록 앞으로 성공하지 못한 나라들과도 협력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자세로 앞날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은 역사를 믿지만 역사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과거에 대한 비통은 어리석은 일이다.

아브라함 협정이 한국에게도 큰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한국이 이스라엘이나 아랍국가와 무역을 하는 것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병행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혁신경제와 한국의 기술 및 제조업, 마케팅 분야의 우수성이 결합하면 커다란 시너지효과가 날 것이다. 이스라엘은 한국의 좋은 친구로서 정치적 협력의 공간이 넓다. 그리고 아랍에미리트-이스라엘-한국간의 녹색기술연합(Green Technology Alliance)을 상상해보는 창조력이 필요하다. 즉 아랍에미리트의 높은 재정과 투자 능력, 이스라엘의 우수한 기술 혁신, 한국의 고도 생산-제조업 능력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런 기회는 앞을 내다보는 사람들에게 주어진다.

평화협정의 향후 과제와 전망: 토론 요약

장지향박사의 지정 토론

o 아브라함 협정은 놀라운 성과다. 우선 알 누아이미 대사님께 물어보고 싶다. 왜 이 시점에 아랍에미리트가 협약에 서명을 하게 되었는가? 그리고 아랍에미리트 젊은 세대의 인식에 변화가 있는가? 특히 이스라엘 상황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는지?

답변(알 누아이미 대사): 약 70년간 지속된 갈등을 끊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지역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안정성이 있어야만 한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를 위해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그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갈등은 다른 정치적 갈등의 핑계가 되곤 했다. 청년세대는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써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고용안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아랍에미리트는 매우 안정된 국가로서 테러리즘이 거의 없다. 이러한 상황이 지역에까지 확대되길 원한다.

o 토르 대사님께 물어보고 싶다. 바이든행정부가 출범했는데, 앞으로 아브라함협정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지? 그리고 트럼프행정부와 달리 바이든행정부는 이란 핵협약(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을 되살리려고 하는데, 향후 전망은?

답변(토르 대사): 바이든 행정부도 아브라함 협정을 강력히 지지할 것이다. 미국 행정부의 변화에 따라 협정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아랍에미리트간의 이해관계가 맞았기에 양국 관계의 정상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약속한 투자가 없더라도 다른 곳에서 투자가 들어올 것이다.

이란 핵협약의 경우 이스라엘은 미국이 협약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 이란의 독주와 위협을 막기 위해서 핵무기 개발뿐 아니라 미사일 개발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경제제재를 풀기 전에 이란의 무기 증강 등을 막기 위한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아라비아 반도 국가들과 미국, 이스라엘이 같이 노력해야 한다.

o 이란의 핵무기 문제와 관련하여 두 대사님 모두에게 질문하고 싶다. 이란에서 핵무기에 반대하는 파트와(종교적 강령)가 나왔는데,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을까? 또 이번 평화협정은 남북한에 하나의 교훈이 될 수도 있는데, 한국에 주는 함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답변(알 누아이미 대사): 핵무기 개발은 국제사회의 합의에 반하는 것이다. 이란과 북한 모두 마찬가지이다. 이란 핵협약의 경우 이란의 접경 국가들이 지역의 상황을 더 긴밀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중동 국가들이 더 적극적으로 이러한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 이웃 국가들은 이란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언젠가는 남한과 북한도 평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아브라함 평화협정도 처음에는 불가능해 보였으나 성공했다. 우리의 사례가 남한과 북한 모두에 모범이 되기를 바란다.

답변(토르 대사): 파트와가 나왔다고 해도 당장 내일 철회될 수 있다. 이란의 핵 관련 설명은 핵무기 개발 외에는 없다. 이란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감수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반도와 중동의 갈등은 성격이 다르다. 어떤 면에서는 더 단순하고 다른 면에서는 더 복잡하다고 말할 수 있다. 북한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남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단지 다른 정치체제로 다스려져야 한다고 믿을 뿐이다. 그러나 이는 한반도 갈등이 더 복잡한 이유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만약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협정을 맺는다면 국경을 긋고 서로의 정당성을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경우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더 어려울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배울 용의가 있다.

청중의 질문(김영선 대사)

o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문제 해결 없이 중동 평화가 달성될 수 없을 것이다. 또 중동 평화문제에서 수니와 시아간의 대립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아무리 어렵더라도 중동의 평화 프로세스에서 이란을 완전히 배제하기보다 포함하는 것이 좋지 않을지? 그리고 이스라엘이 언제 사우디아라비아와 평화협약을 맺을 수 있을지?

답변(알 누아이미 대사): 수니와 시아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무슬림이다. 이란은 외부 문제나 군사적 문제보다 자국의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에 더 많은 재정을 사용해야만 한다.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각국의 정부 행태에 관한 문제이다.

답변(토르 대사): 여전히 확답을 줄 수 없는 문제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문제도 이데올로기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정당성을 상대가 인정하느냐의 문제다.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사회(구기연 박사): 아브라함 협정으로 서아시아가 안정과 평화를 위해 새 걸음을 내 디딘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지역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기원한다.

* 발표와 토론 내용이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1권 8호 (2021년 4월 26일)

Tag: 생명화,생명자본주의,디지털ABC,DIKWL,슈퍼한류,가위바위보패러다임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저자소개

알 누아이미(Abdulla Saif Al Nuaimi) 대사

현) 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대사
전) Managing Director of the Abu Dhabi Water and Electricity Authority, President of the Canadian Emirati Businessmen Council.


아키바 토르(Akiva Tor​) 대사

현) 주한 이스라엘 대사
전) Head of Bureau for World Jewish Affairs and World Religions at the Israel Ministry of Foreign Affairs, Consul General of Israel in San Francisco,


장지향 박사

현) 아산정책연구원의 중동센터 선임연구위원
현) 산업부, 법무부 자문위원
전) 외교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