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 김정은 2.0

황지환 (서울시립대학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 대외정책을 재확립하며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 해결에 집중하고 있어 북한 문제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상태다.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원하지만, 김정은은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이후 미국과의 협상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으며, 대신 러시아·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우선시하고 있다. 최근 한미일 3국 공동성명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등장하며 강경한 입장을 시사했지만, 트럼프는 북미 문제를 다룰 경우 기존 동맹보다는 개별적 접근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김정은은 다극화된 세계질서 속에서 북한의 전략적 입지가 강화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향후 북미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더 높은 수준의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트럼프 2기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불확실하며,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외부적 계기가 필요하지만 단기간 내 한반도 정세가 변화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 2019년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출처: 미국 백악관

트럼프 2.0: 미국우선주의 대북정책의 귀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은 미국 우선주의 대외정책의 귀환을 의미한다. 며칠 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및 밴스 부통령과 휴전 관련 논쟁을 벌인 사건은 트럼프 2기 대외정책이 어떤 모습일지 분명히 보여주었다. 트럼프의 불편한 외교정책은 북한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에서도 곧 현실화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펼칠 새로운 북미관계와 한반도 정책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런 기대는 말 그대로 희망적 사고에 불과할 수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2023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국제정세가 급변하면서 북한 문제는 미국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 종결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들 정세에 변화가 나타난다고 해도 북미관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트럼프 1기의 대북정책은 이전의 미국 외교정책과는 달랐다. 바로 ‘미국 우선주의’ 대외정책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미국이 기존에 강조해 온 민주주의와 규범적 가치보다는 비용과 이득의 거래적 관점에서 미국의 이익을 규정해 왔다. 트럼프는 미국 정부가 과거 강조했던 원칙이나 가치에는 구속되지 않는 지도자이다. 스스로 규정하는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동맹도 버리고 적대국과도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다. 트럼프는 기존의 북미 적대관계와는 달리 북한과도 관계개선을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으로 트럼프는 2018-19년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김정은과 역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핵문제를 협상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것처럼, 트럼프는 과거가 미래를 규정하지 않으며, 어제 싸웠다고 해서 내일 전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북미는 과거 적대관계였지만, 미래에는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이유이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보면 트럼프 1기에도 북미관계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트럼프는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김정은을 만나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성과는 없었다. 트럼프가 주창하는 미국의 이익에 김정은이 부합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랬던 트럼프와 김정은의 관계가 이번에는 달라질까? 트럼프는 현재 이민, 경제 등 국내 문제를 해소하는데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대외정책에서도 우크라이나 및 가자 전쟁 종식을 통해 세계질서를 변화시키는데 1차적 관심을 두고 있다. 그 과정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을 비판하고 러시아를 추켜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을 진행하면서 정작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는 쏙 빼놓고 러시아와 일방적인 논의를 진행한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게는 무기지원의 대가로 희토류 지분 확보 등 일방적인 광물 협정을 맺으려 한다.

트럼프는 다른 지역 정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고려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김정은에게 접근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거절했던 김정은의 제안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 김정은은 하노이에서 제안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양보를 트럼프에게 요구할 것이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대하는 방식을 본 김정은은 어떤 생각을 가질까?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대가로 무엇을 요구할까? 트럼프 2기에 북미관계가 개선되고 북핵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면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하지만, 트럼프 2기가 한 달 남짓 지난 현재, 한반도에서도 우울한 상황이 재현될 것 같다는 암울한 전망뿐이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도 그것은 이미 집권 중반 이후가 되어 동력을 가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북한 문제에 보인 의외의 대응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15일 독일 뮌헨에서 있었던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의를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은 ‘한반도(Korean Peninsula)’가 아닌 ‘북한(DPRK)’의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하고 있는데, 상당히 이례적이다. 1990년대 이후 거의 모든 문서와 공동성명에서 비핵화는 ‘한반도’로 표시되었다. 일부 한미, 미일의 특정 시기 문서에 압박을 강조할 경우 ‘북한’ 비핵화로 표현된 바 있다. 우리는 실제로 북한 비핵화를 추구하지만, 공동성명에서 ‘북한’ 비핵화로 표현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보다 강경한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2018년 트럼프-김정은의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표현되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만남을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공동성명 내용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아마 트럼프의 확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을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므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에도 향후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에 본격적으로 개입할 경우 정책과 표현이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공동성명은 민주주의, 주권, 법의 지배를 강조하며 ‘유사입장국(like-minded partners)’ 표현도 포함하고 있다. 양자관계를 선호하고 동맹과 파트너들과도 갈등을 마다않는 트럼프 성향을 고려하면 상당히 의외다. 트럼프 2기 한 달의 현실과는 많이 달라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다룰 때 본인이 중심이 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한미일 3자 관점에서 접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정은 2.0: 변화된 세상으로 트럼프 다루기

트럼프 2기에 북미관계가 개선되기 어려운 이유는 북한 쪽에서 더 강하다. 김정은은 아직 트럼프와 협상할 마음이 없는 듯하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다시 정상회담을 할 의향을 지속적으로 내비치며 1기 때 정상회담 실무를 담당했던 알렉스 웡(Alex Wong)을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에 발탁하고 북한을 ‘핵국가(nuclear power)’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미국과의 협상은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다”라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비판하고 만남을 단호하게 거절한 바 있다. 김정은의 인식은 여전히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당시 2017년까지의 핵무력 성과를 바탕으로 트럼프에게 전략적 양보를 얻어내려고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는 김정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김정은은 당분간 북미협상의 꿈을 접었다. 트럼프에게 한번 실패를 경험한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 능력에 웬만한 자신감을 갖지 않는다면 협상을 재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정은이 인식하는 세계질서 역시 2018년과는 많이 달라져 있다. 김정은은 세계질서가 신냉전과 다극질서로 변하여 미국의 패권시대는 끝났다고 인식하고 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적극 지지하면서 안보동맹 조약을 다시 맺고 파병까지 한 이유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은 당분간 북미협상보다는 북러관계 강화와 북중관계 개선에 더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푸틴을 김정은이 여전히 붙잡고 있다는 사실이 향후 한반도 상황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 푸틴에게 김정은의 전략적 필요성이 감소할 경우 북러관계도 변화가능성이 있다. 그런 변화가 있기 전에 트럼프가 김정은과 유리한 협상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트럼프 2기에도 북한 문제 해결은 고난의 행군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속도전을 감안하면 언제든지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한국에 반드시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듯, 앞으로도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혼란한 국내 상황을 하루빨리 해소하고 트럼프와 김정은의 새로운 한반도 정책에 우리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5권 10호 (2025년 3월 10일)

Tag: 트럼프, 미국우선주의, 김정은, 신냉전, 북미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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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ihwan Hwang (2023). “Disillusioning Pyongyang’s Nuclear Deterrence Strategy: nuclear asymmetry, conventional posture, and overdeterrence.” 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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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황지환(whang38@uos.ac.kr)

현) 서울시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전) 게이오대학 특별초빙교수, 조지워싱턴대 강사, 미국가톨릭대 방문학자,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및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주요 저서와 논문>

『북한은 왜 미국과 싸우는가: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국제정치 딜레마』 (서울시립대 출판부, 2025).

North Korea, Nuclear Risk-taking, and the United States: Kim Il Sung, Kim Jong Il, and Kim Jong Un (Lexington Books, 2024).

“전망이론과 김정은 시기 북미관계: 2012~2023.” 『한국과 국제정치』 40(1), 2024.

“미국의 한반도 확장억지는 약화되어 왔는가?: 확장억지의 진화와 신뢰성의 재평가.” 『국가전략』 27(3), 2021.

“The North Korean Human Rights between China and South Korea: Bridging the Gap.” Journal of Peace and Unification, 2020.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의 귀환: 미국우선평화 대 병진평화.” 『한국과 국제정치』 35(1),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