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전망: 동남아시아

김형종 (연세대학교)

2025년 동남아에 미얀마 총선, 필리핀 총선, 말레이시아 사바 주의회 선거 등 주요 정치 일정이 예정되어 있다. 미얀마 내전 종식과 대화, 민주주의 진전, 미·중패권 경쟁속 아세안 중심성 강화에 있어 2025년은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 2024년 10월 11일 제44차 및 제45차 아세안 정상 회의 폐막식에서 라오스의 손사이 시판돈 총리로부터 의사봉을 전달받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헬로아카이브

세계적인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동남아시아 국가도 여러 정치·안보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 통치 지속과 내전, 남중국해 갈등 심화, 중동 및 우크라이나 전쟁 등은 동남아시아 내 지정학적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각국은 정권 안정과 경제 회복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으며 국가 이익과 아세안 협력 간의 충돌 가능성도 존재한다.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정치 변동은 권위주의 강화와 민주주의 후퇴를 동반하며, 잠재적 정치 불안정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미얀마의 내전과 총선, 필리핀 총선, 말레이시아 사바 주의회 선거 등 주요 정치 일정과 역내 현안을 아세안을 중심으로 2025년 동남아시아를 전망하고 자한다.

미얀마: 내전 속 총선 예정

미얀마 군부는 반군과의 전투가 지속되자 비상조치(emergency rule)를 연장하는 한편, 2025년 12월 총선을 예고했다. 카친 주와 카렌 주 등의 주요 전장에서 반군의 공세가 성공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군부는 방어 및 재탈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커지는 등 내전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총선이 군부 내 권력 재편과 반군부 세력과의 협상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현재 군부 태도와 내전 상황을 고려할 때 대화 가능성은 낮다. 총선 계획은 군부 통치의 연장을 위한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제 비판 여론을 완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아세안 등 국제사회의 압력과 적극적 중재 노력이 중요한 상황이다. 국제사회의 영향과 중재가 한계를 보인 가운데 중국은 미얀마 내 군부와 반군 간 군사적 균형과 선거 시행을 통해 군부 내 점진적 변화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휴전과 대화를 통해 선거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필리핀: 정치 가문 경쟁과 중간 평가 성격의 총선

2025년 5월 12일 필리핀은 하원 의원과 상원 24석 중 12석을 선출하는 총선을 치른다. 이 선거는 2022년 취임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Ferdinand Marcos Jr.) 대통령의 중간 평가의 의미가 있다. 빈곤 문제와 일자리 창출, 남중국해 내 중국과의 갈등에 대응하는 국방·안보 전략이라는 주요 현안이 산재한 가운데 치러지는 선거이다.

최근 마르코스 대통령과 사라 두테르테(Sara Duterte) 부통령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선거는 이들 가문의 세력 다툼으로 변질되고 있다. 두테르테가 그의 두 아들을 상원에 출마시키며 마르코스에 대한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마르코스도 이를 상대로 측근들을 상원 의원 후보로 영입하고 있다. 선거 결과는 마르코스 정권의 안정성과 차기 대선 준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선거 관리의 신뢰성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참여를 신청한 200여 개 정당 중 30여 개 정당만 승인하였는데 이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민주주의, 인권, 경제 회복 등 주요 현안이 인물 중심의 선거에서 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정치 권력 집단 간 경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말레이시아: 사바 주의회 선거와 중앙 정부

2022년 총선에서 안와르 이브라힘(Anwar Ibrahim)은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구집권세력인 BN(Barisan Nasional, 국민전선)과 연합하여 통합 정부(unity government)를 구성했다. 안와르 정부는 개혁과 민주주의 공고화 과제를 안고 출범했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구집권세력과 연합한 태생적 한계와 이슬람의 탈세속화가 강화되면서 개혁은 후퇴하고 있으며, 종족 간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 2025년은 선거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특히, 석유 보조금 합리화 문제는 재정 건전성 확보, 정부 부문 부채 조정과 공기업 부문 개혁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25년에 예정된 사바(Sabah) 주의회 선거는 단순한 지역 선거를 넘어, 연방정부와의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바 주는 자치성이 강한 지역으로, 지역 기반 정당이 정권을 주도해 왔다. 현재 연방정부를 구성하는 정당들이 사바에서는 여당과 야당으로 각각 나뉘어 경쟁하고 있다. 주의회 선거 과정에서 정당 간 협력 여부와 선거 결과는 중앙 정치와 차기 총선에서 정당 간 전략적 연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세안: 지역 협력의 기로와 중심성 강화

미얀마 사태와 남중국해 문제 등 역내 주요 현안과 관련해 아세안의 역할이 제한적 수준에 머물고 있는 사이 중국의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이 증가하는 한편, 미·중 패권 경쟁의 심화는 남중국해 내 갈등을 악화시켰다.

2025년 의장국인 말레이시아는 안와르 총리의 외교적 역량과 아세안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아세안 중심성 강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회원국 확대(1997년), 동아시아 정상 회의 출범(2005년) 아세안 공동체 출범(2015년) 등 아세안 발전의 주요 계기에 의장국으로 주도적 역할을 했다.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미얀마 군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며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해 왔다. 의장국 말레이시아는 군부의 아세안 5개 항목 합의안 수용, 휴전 합의, 군부와 반군 사이의 정치적 대화 촉진, 인도적 지원 확립을 목표로 ‘아세안 트로이카’(Troika)제도의 활용을 고려할 수 있다. 트로이카 제도는 아세안 의장국, 이전과 차기 의장국으로 구성되어 보다 신축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남중국해 갈등과 관련해서는 남중국해 행동 강령(Code of Conduct) 프레임워크 협상 타결에 주력하면서 갈등 확산 방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외부 세력의 개입 반대에 안와르 총리도 동의하면서 아세안 중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브루나이, 라오스를 제외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정권은 최근 2년 이내에 출범했다. 이들 중 다수는 권력 기반이 여전히 불안정하여 국내 문제에 전념하거나 외교를 국내 정치의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권력 기반 강화가 최우선 목표라는 점에서 아세안의 변화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있다. 한편 미·중 갈등의 심화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주요 아세안 회원국의 정치·안보 부담을 증가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대외적 협상력 강화를 위해 아세안을 중심으로 단결력을 강화시키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외교·안보에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인도네시아도 미·중 갈등에서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어 의장국과 함께 아세안 역할론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아울러 말레이시아가 동티모르와 긴밀히 협력해오며 아세안 가입을 적극 지지한 점을 감안할 때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2025년은 아세안이 지역의 안정과 협력을 도모하며 역내 정치·안보적 도전을 극복하는데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5권 2호 (2025년 1월 6일)

Tag: 미얀마, 필리핀, 말레이시아, 남중국해, 아세안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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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김형종 (kimsea@yonsei.ac.kr)

현) 연세대 미래캠퍼스 국제관계학과 교수, 한국동남아학회 부회장

전) 한국동남아학회 국제이사

 

<주요 저서와 논문>

“아세안 2023: 다양성과 분열.” 『동남아시아연구』 34(1), 2024.

“전환기 국제질서와 아세안 중립성: 한반도 평화에 대한 시사점.” 『아시아연구』 26(3), 2023.

“미얀마 사태와 아세안 규범의 지속과 변화.” 『동남아시아연구』 32(1), 2022.

“아세안 사회문화공동체와 인간안보.” 『동아연구』 41(1), 2022.

“미얀마 사태와 아세안 규범의 지속과 변화.” 『아시아연구』 24(2),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