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도심의 야경
출처: Pexels 작가: Ivan Siarbolin
2024년 서아시아는 전례 없는 격동의 한 해를 보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갈등은 가자 지구의 파괴적인 상황과 레바논에서의 무력 충돌로 이어졌으며, 양국은 직접적인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으며 전면전의 위기까지 치달았다. 10월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지도부를 궤멸시키며 군사력을 약화시켰다. 특히 7월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Ismail Haniyeh)의 사망과 10월 야흐야 신와르(Yahya Sinwar)의 사망은 하마스 지도부에 결정적 타격을 주었다.
레바논에서는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Hassan Nasrallah)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하며 지도부가 와해되었고, 이란과 이스라엘은 처음으로 직접적인 무력 충돌을 경험했다. 특히 4월 이스라엘의 다마스쿠스 이란 영사관 폭격과 이란의 보복 공격은 양국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보여주었다.
한편 정치적으로는 튀르키예와 이란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튀르키예 지방선거에서 야당 공화인민당의 승리는 에르도안(Erdogan) 장기 집권에 균열을 가져왔고, 이란에서는 중도파 페제시키안(Pezeshkian)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은 홍해 해상 운송을 방해하며 글로벌 무역에 큰 차질을 빚었고, 이는 국제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은 경제 다각화와 해외 투자 유치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의 연장선상에서 역내 상업적,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서아시아의 2025년은 이러한 복합적 상황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 GCC 국가들의 경제적 도약, 강대국들의 영향력 경쟁이 맞물리며 지역 질서의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재선은 중동 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2025년 서아시아는 지정학적 위기와 경제적 기회가 공존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아시아의 2025년은 어떻게 전개될까?
서아시아의 2025년은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리서치 기관 EIU는 <Middle East outlook 2025>에서 서아시아 2025년 전망에 대해서 부분적 긴장 완화 시나리오가 가장 높은 55%의 확률을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부분적 긴장 완화 시나리오(55%)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제한적 충돌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가자 지구, 서안 지구,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에서 다면전이 계속되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소모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해에서의 긴장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시리아의 정세 변화는 2025년 서아시아의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13년간의 내전 끝에 알아사드(al-Assad) 정권이 붕괴하며 반군에 권력이 이양되었지만, 새로운 도전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반정부 세력을 대표하는 HTS(Hay’at Tahrir al-Sham)의 이슬람 근본주의적 성향, 수니파와 시아파를 비롯한 다양한 종파 간의 갈등 해소, 그리고 골란 고원을 둘러싼 이스라엘과의 긴장 관계가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시리아 내 무슬림 중 다수를 차지하는 수니파(70%)와 시아파(13%), 그리고 기독교인, 쿠르드족, 드루즈교인 등 다양한 종파 간의 화합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이 혼란기를 틈타 골란 고원 지역에 정착촌을 확대하며 시리아 영토를 점진적으로 장악하려는 움직임도 새로운 긴장 요인이 되고 있다. 반군 지도자 알졸라니(al-Jolani)는 시리아의 정상국가화를 약속했지만, 서구와 아랍 국가들은 여전히 그의 과거 이력을 우려하고 있다. 시리아 국민들은 종파를 초월한 통합을 외치고 있지만, 진정한 민주주의와 평화 정착까지는 여전히 난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의 지지와 시리아 국민들의 통합 노력이 향후 시리아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특히 시리아는 이란의 영향력 확대와 이스라엘의 견제가 충돌하는 주요 전장이 될 것이며, 러시아와 터키의 개입도 계속될 것이다. 시리아 북부에서는 쿠르드 자치 정부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지속하면서도 직접적인 충돌은 피하려 할 것이다. 이란은 후티 반군, 헤즈볼라 등 대리 세력을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경제제재 완화를 위해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할 것이다. 걸프 지역에서는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경제 다각화가 가속화될 것이며, 카타르는 천연가스 수출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다.
전면전 시나리오(30%)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이 경우 역내 대규모 미사일 공격이 발생하고, 미국과 동맹국이 개입하며, GCC 국가들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중동의 석유 수출과 무역이 차단되어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급등과 공급사슬의 심각한 혼란이 예상된다.
완전한 평화 시나리오(15%)는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가자 지구 휴전이 성사되고, 이스라엘 인질이 석방되며, 헤즈볼라가 남부 레바논에서 철수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경우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의 귀환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 경우 시리아 내전의 정치적 해결도 모색될 수 있으며, 이란의 국제사회 복귀와 경제제재 완화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EIU가 전망하듯 완전한 평화는 아직까지 요원해 보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미국 대통령 재선과 공화당의 의회 장악으로, 미국의 중동 정책이 긴장 완화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정책 재개는 이란을 더욱 고립시키고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트럼프 정부의 중동정책은 서아시아의 2025년 판도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2025년 서아시아 경제적 전망
2024년 서아시아의 경제는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유지했다. 오히려 GCC 국가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주변국들의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 투자 안전지대로 부상하며 경제적 반사이익을 얻었다. UAE는 두바이를 중심으로 한 금융 허브 전략이 성과를 거두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통해 탈석유 산업 다각화에 성공적인 진전을 이뤘다. 카타르는 LNG 수출 확대를 통해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했으며, 바레인과 오만도 디지털 경제 전환에 박차를 가했다.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홍해 해상 운송 차질로 인한 물류비용 상승은 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2025년 서아시아의 경제는 지정학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특히 GCC 국가들의 경제 다각화와 투자 유치가 주목할 만한 동력이 될 것이다. GCC 국가들, 특히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인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수익성에 주목한 투자자들이 이 지역의 가장 역동적이고 빠르게 발전하는 비즈니스 환경을 선호할 것이다. 일부 프로젝트의 조정이나 축소 가능성은 있으나, 전반적인 외국인직접투자(FDI)는 계속 유입될 전망이다.
아시아와의 경제 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GCC 국가들은 중국, 인도뿐만 아니라 ASEAN 국가들과의 관계를 확대하며, 일본, 한국과의 협력도 강화할 것이다. 특히 이란은 국제적 고립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란이 미국과 가까운 인도, 한국,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기에는 여러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역내 무역과 투자 흐름은 지정학적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더라도, 실용주의적 접근으로 점진적 개선이 예상된다.
결론 및 시사점
결론적으로, 2025년 서아시아는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시장이 될 것이며, 한국은 이러한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시리아 내전의 종식과 그에 따른 새로운 정치 질서의 형성, 이스라엘과 이란의 긴장 관계 변화, GCC 국가들의 경제 다각화 등은 향후 역내 질서를 재편할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 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첫째, GCC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에너지 분야에서 첨단 산업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스마트시티,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둘째, 시리아의 재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한국의 건설, 인프라 기술은 시리아의 재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 속에서 실용적이고 균형 잡힌 외교를 펼쳐야 한다. 이란, GCC, 그리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의 복잡한 지정학적 관계들을 잘 파악하고, 보다 적극적인 외교 전략이 필요할 때이다. 2025년은 서아시아가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역내 주요국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경제적 기회를 포착하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