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남아시아 국가에 선거의 해였다. 시간순으로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몰디브, 인도, 스리랑카에서 총선이 열렸다. 각 나라의 국민은 국내외 상황에 따라서 정치적 안정 또는 개혁과 변화를 선택했다. 가까운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이 남아시아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인도는 일관적인 경제 정책을 통해서 경제 성장을 지속하려 한다.
2024년은 남아시아 국가에 선거의 해였다. 시간순으로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몰디브, 인도, 스리랑카에서 총선이 열렸다. 각 나라의 국민은 국내외 상황에 따라서 정치적 안정 또는 개혁과 변화를 선택했다. 가까운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이 남아시아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인도는 일관적인 경제 정책을 통해서 경제 성장을 지속하려 한다.
2024년은 남아시아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 해였다. 2024년 남아시아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 다섯 개는 다음과 같다.
4월부터 6월까지 7단계에 걸쳐 실시한 총선 결과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가 인도에서 두 번째로 3연임에 성공한 총리로 등극했다. 이전 두 번의 선거와 달리 연정을 통해서 정부를 구성하게 되었지만, 인도 국민은 정치적 안정성 위에 일관된 경제 정책을 선택했다.
방글라데시는 1월 7일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총선 강행, 셰이크 하시나(Sheikh Hasina) 총리가 4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부정선거와 야당 탄압 논란 속에 독립 유공자 할당제가 촉발한 전국적 시위의 결과, 하시나 총리는 8월 5일 인도 망명길에 올랐다.
스리랑카는 9월 대통령 선거를 치러 좌파 정당인 인민해방전선(JVP) 대표인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Anura Kumara Dissanayake) 후보가 당선되었다. 의회 해산 후 열린 조기 총선에서는 JVP가 이끄는 국가인민동맹(NPP)이 총 225석 중에서 159석을 차지하였다. 스리랑카 국민은 압도적인 지지로 변화와 개혁 열망을 표출하였다.
1월 16일 이란은 파키스탄의 발루치스탄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했고, 1월 18일 파키스탄은 이란의 시스탄오발루체스탄에 폭격을 가했다. 오랜 기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 두 나라의 무력 충돌은 예상외의 일이었고, 혹자는 중동 전쟁이 파키스탄까지 확산하는 건 아닌지 우려하기도 했다.
인도 최대 기업 집단인 릴라이언스와 디즈니 인디아의 85억 달러 규모의 합병이 11월 14일 완료되었다. 미디어 산업 가치 사슬 전체를 아우르는 초거대 미디어 콘텐츠 기업이 탄생했다. 이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권이 추구하는 대기업 중심의 정경유착형 경제 성장 전략을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남아시아 관련 다섯 가지 사건은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1, 2, 3),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 중동 전쟁이 남아시아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준 대표적 사건(4), 상대적인 고성장을 기록 중인 인도 경제의 한 가지 특징을 보여주는 사건(5)을 선택하였다. 이는 남아시아 중요 국가 정치, 국제관계, 인도 경제의 단면을 보여주는 중요 사건이다.
두 달 가까이 실시한 인도 하원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BJP: Bharatiya Janata Party)이 이끄는 국가민주연합(NDA: National Democratic Alliance)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자와할랄 네루(Jawaharlal Nehru) 초대 총리에 이어 두 번째 3연임에 성공하였다. 선거 전 여론 조사와 개표 전 출구조사에서는 인도국민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선거 결과는 예상을 벗어났다. 초대 총리 이후 누구도 하지 못한 3연임에 성공하였기에 인도국민당은 성공하였으나, 목표와 예상에 못 미친 점에서는 반쪽 성공이라 볼 수 있다. 경제 성장이 선거 승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이 된다. 목표와 예상에 못 미친 이유로는 평균적인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높은 실업률과 경제 격차의 문제, 물가 상승, 야당 연합의 성공적인 협력과 전략적인 후보 선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전 두 번의 선거와 달리 이번에는 연정을 통해서 정부를 구성한 점이 이번 선거의 중요 특징이다. 안드라프라데시에 기반을 둔 텔루구데쌈당(Telugu Desam Party)와 비하르에 기반을 둔 민중당(Janata Dal (United)), 두 당과 함께 정부를 구성하게 되었다. 협치 경험과 연합 정권을 이끌어 본 경험이 없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향후 정치를 어떻게 할지 주목해야 한다.
부정선거 가능성과 야당 탄압을 두고 벌어진 주요 야당의 총선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글라데시 정부는 올해 1월 총선을 강행했다. 예상대로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4연임에 성공하며 오랜 기간 진행된 여당 아와미리그(AL: Bangladesh Awami League)와 선거 전에 이미 와해 수준까지 무너진 왕년의 제1야당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 Bangladesh Nationalist Party)의 대립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상황은 방글라데시 정부가 독립전쟁 유공자 후손들에게 공공 일자리를 할당하려고 하면서 크게 달라졌다. 코로나19의 영향과 높은 실업률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다수의 국민이 할당제에 반발하며 전국적인 시위를 벌였고, 이를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출몰하였다. 국민의 거센 시위를 견디다 못한 하시나 총리는 8월 5일 인도로 도피를 선택했다. 아와미리그의 출발이 독립전쟁이었으니, 독립전쟁 유공자 후손을 대상으로 한 혜택 제공은 여당 관련 인물에 대한 특혜이기도 하기에 반발이 심한 것이었다. 현재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마이크로크레딧(microcredit, 무담보 소액대출) 개념을 도입하고 그라민은행을 설립하여 2006년 노벨상을 받은 유누스(Yunus)가 상황 해결을 위해 임시 정부를 이끌고 있다. ‘총선 이전 개혁’을 내세운 유누스가 과연 총선 이전에 개혁에 성공하고 이후 총선을 통해서 새로운 정권이 안정적으로 들어설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2024년 9월에 대통령 선거가, 11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열렸다. 스리랑카는 2022년 내외부 요인에 의한 경제난으로 일어난 시위 결과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망명하고 국가부도 사태를 겪었다. 남아시아의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높은 인간개발지수와 1인당 GDP를 보유한 스리랑카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관광객 감소와 해외 노동자 송금 감소 문제에 더해 실패에 가까운 경제 정책이 빚어낸 경제 위기를 감당할 수 없었다. 고타바야 라자팍사(Gotabaya Rajapaksa) 전임 대통령 하야 이후 스리랑카는 결국 IMF의 관리를 받아들이게 되었고, 2024년에 이르러서 GDP가 성장세로 돌아섰다. 2024년 9월, 2022년 국가부도 사태 후 첫 대통령 선거에서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내걸고 무장 투쟁에 참여한 이력을 가진 좌파 정치인이다. 이후 의회를 해산하고 11월에 조기 총선을 실시하였고, 여당인 인민해방전선이 이끄는 국가인민동맹이 전체 의석의 2/3를 획득하며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게 되었다.
현지 시각 2024년 1월 3일 이란에서 혁명수비대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Qasem Soleimani)의 추도식에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이란은 테러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고, 이스라엘과 미국은 해당 테러가 이스라엘과 무관함을 주장했다. 테러 배후를 자처한 세력은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 Islam State of Iraq and Revant)였다. 이란은 1월 이라크, 시리아, 파키스탄 영토로 미사일을 날렸다. 이란은 파키스탄의 발루치스탄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는데, 양국의 오랜 우호 관계를 고려할 때 이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사전에 어떤 통보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은 며칠 후 이란의 시스탄우발로체스탄에 폭격을 가했다. 양국의 공격을 받은 지역은 발루치인들이 사는 지역이며, 분리 독립의 요구가 강하고 무장 테러 가능성이 있어 양국 모두에게 골칫거리인 지역이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반격으로 시작되어 주변 여러 국가까지 확산한 중동 전쟁이 파키스탄으로 확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시각이 있었으나, 파키스탄과 이란 두 나라는 평화적으로 상호 공격 문제를 해결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80개의 TV 채널과 인도 최대 OTT 플랫폼인 디즈니+ 핫스타를 보유한 디즈니 인디아와 인도 최대 기업 집단인 릴라이언스 사이의 합병이 2024년 11월에 완료되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120개 TV 채널, 유료 구독 기준 인도 1위 OTT 플랫폼과 유튜브에 이어 시청자가 두 번째로 많은 OTT 플랫폼을 보유한 초거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탄생했다. 그리고 이 기업의 지분 과반을 가진 것은 릴라이언스이다. 릴라이언스는 콘텐츠 제작부터 보급까지 가치 사슬의 모든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인도 최대의 이동 통신 회사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산업에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매우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릴라이언스는 현 정권에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지배적 영향을 가진 릴라이언스에 규제가 필요할 때 과연 인도 정부가 제대로 규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번 사건은 인도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거대 기업 집단이 인도에서 성공적으로 기업을 운영하여 확장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릴라이언스와 아다니 등 특정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 성장을 추진하는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효율적인 경제 성장을 끌어낼 수 있으나 정경유착, 형평성, 다른 기업의 성장 기회 박탈, 빈부 격차 확대 등의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남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은 중요한 선거를 치렀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선거 이후 양상은 조금씩 다르다. 인도는 모디 총리의 3연임 성공으로 정치적 안정을 달성하며 일관적인 경제 정책을 펼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방글라데시의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4연임에 성공하였으나 여러 내부적인 문제로 일어난 전국적 시위 끝에 인도로의 망명을 선택했다. 2022년 대통령의 망명과 국가 부도를 경험한 스리랑카에서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정권이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으며 탄생했다. 이 두 나라는 개혁과 변화를 열망하고 있다. 국민의 염원을 달성하며 발전과 안정을 달성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중동발 전쟁이 남아시아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을 가질 만하나, 아직은 큰 무력 충돌이 남아시아에서 벌어지지는 않고 있다. 아마도 앞으로도 큰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상대적으로 높은 GDP 성장률을 기록 중인 인도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으며,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일관적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경유착을 통한 경제 성장을 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Tag: 나렌드라모디, 셰이크하시나, 스리랑카, 디즈니인디아, 미사일공격
맹현철 (joshua3@snu.ac.kr)
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 선임연구원
전) IIM Bangalore 마케팅 조교수
<주요 저서와 논문>
『남아시아의 스마트 시티 구조와 방향』 (공저), (진인진, 2022).
『2022년 스리랑카 진출기업 노무관리 안내서』 (공저), (노사발전재단, 2022).
“Credible Sales Messages in a Retail Context: Theory and Evidence.” Journal of Distribution Science 22(9),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