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아시아 회고: 중앙아시아의 2024년

최아영 (서울대학교)

2024년 중앙아시아는 정치적 갈등과 새로운 경제적 기회, 그리고 지역 협력의 진전을 동시에 경험했다. 권위주의 강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으나, 국경 문제 해결을 통해 기후 위기 공동 대응을 비롯한 지역 협력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또한 원자력 발전 도입은 에너지 자립과 탄소 배출 감축의 실질적 해법으로 주목받았으며, 아프가니스탄과의 경제 협력은 남아시아와의 연결성을 강화해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입지를 한층 공고히 했다.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11월 13일 바쿠에서 열린 COP 29에서 녹색에너지 개발과 송전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 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출처: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실

2024년 중앙아시아에 일어난 5대 주요 사건은 다음과 같다.

  1. 중앙아시아 민주주의의 위기와 권위주의 체제의 강화: 키르기스스탄의 외국대리인법 제정과 타지키스탄의 정치인 탄압

키르기스스탄의 사디르 자파로프(Sadyr Zhaparov) 대통령은 2024년 4월 외국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비정부기구(NGO)를 ‘외국 대리인’으로 규정하고, 이 단체들을 특별등록부에 등록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에 서명했고, 타지키스탄에서는 전 야당 대표 등 주요 정치인들이 해외 야당 세력과 연합해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혐의로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1.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국경 획정 최종 합의

2024년 12월 4일 키르기스스탄의 바트켄(Batken)에서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정부는 양국 간 남아 있던 마지막 미확정 국경 구간에 대해 합의했다.

  1.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중앙아시아 지역 협력: CACCC-2024와 COP 29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2024년 5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중앙아시아 기후변화 회의’(CACCC)에서 수자원 부족, 사막화, 식량 안보 이슈를 논의했고, 11월에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COP 29에서 자국의 기후 관련 정책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 강화하려는 의지를 표명했다.

  1. 중앙아시아 원자력 발전 시대 도래: 우즈베키스탄의 원자로 건설과 카자흐스탄 원전 건설 국민투표

2024년 5월 푸틴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정상은 우즈베키스탄에 55메가와트(MW)급 소형 원자로 6기 건설을 합의했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Rosatom)이 원전 건설을 주도할 예정이다. 카자흐스탄은 10월 원자력 발전소 건설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71%가 원전 건설을 찬성했다.

  1. 중앙아시아와 아프가니스탄 간 경제 협력 강화

우즈베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과의 접경 지역에 테르메즈 국제무역센터를 개소하고 25억 달러 규모의 무역 및 투자 협정을 체결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TAPI 파이프라인 공사를 시작하며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실질적 협력을 재개했으며,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아프가니스탄이 참여하는 CASA-1000 프로젝트에 따라 올해 말까지 모든 구간의 공사가 완공될 예정이다. 카자흐스탄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비즈니스 포럼과 상품 전시회를 개최하며 협력을 강화했다.


2024년 중앙아시아의 5대 사건은 개별 국가의 정치적 방향성, 지역 협력,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략, 그리고 인접국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선정되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제정된 외국대리인법과 타지키스탄에서 발생한 정치인 탄압 사건은 중앙아시아에서 권위주의 체제가 강화되고 있는 경향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므로 주요 사건으로 선정했다.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국경 획정에 대한 최종 합의는 양국 간에 수십 년간 이어진 국경 분쟁을 해결하여 지역 협력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건이므로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CACCC와 COP 29는 당면한 기후 위기에 대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공동 대응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그동안 화석연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했던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 원자력 발전이 도입되는 것은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 충족과 탄소 배출 감축이라는 두 가지 도전에 대한 양국의 대응을 보여주므로 주요 사건으로 선정했다. 또한 중앙아시아 5개국과 아프가니스탄과의 실질적 경제 협력의 강화는 아프가니스탄을 매개로 남아시아와의 연결성을 높이기 위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전략적 움직임을 뚜렷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다.

  1. 중앙아시아 민주주의의 위기와 권위주의 체제의 강화: 키르기스스탄의 외국대리인법 제정과 타지키스탄의 정치인 탄압

키르기스스탄의 사디르 자파로프 대통령은 2024년 4월 외국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비정부기구(NGO)를 ‘외국대리인’으로 규정하고, 이 단체들을 특별등록부에 등록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NGO 활동에 대한 국가의 감독을 강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에 대해 키르기스스탄의 인권 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이 법이 비정부기구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시민사회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키르기스스탄의 민주주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동안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 중 상대적으로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룩하여 ‘민주주의의 섬’으로 불려왔으나, 2021년 자파로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개헌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대통령 중심제로 전환했다. 개헌의 결과 대통령 임기는 6년 단임제에서 5년 중임제로 변경되고, 장관 임명권도 기존 총리에서 대통령에게 이관되었다. 이처럼 대통령에게 권력이 더욱 집중된 상황에서 제정된 외국대리인법은 키르기스스탄의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를 한층 더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편 타지키스탄에서는 전 야당 대표를 포함한 주요 정치인들이 해외 야당 세력과 연합해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혐의로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체포된 인물 중에는 현 정권에 충성하던 정치인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정치인 탄압 사건은 집권 30년째를 맞은 에모말리 라흐몬(Emomali Rahmon) 대통령이 대통령 권력 승계 1순위이며 현 상원의장인 아들 루스탐 에모말리(Rustam Emomali)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과정에서 잠재적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자 하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1.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국경 획정 최종 합의

2024년 12월 4일 키르기스스탄의 바트켄(Batken)에서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정부는 양국 간 남아 있던 마지막 미확정 국경 구간에 대한 국경 획정에 합의했다. 그동안 972km에 달하는 양국의 접경 지역에서는 수자원과 목초지 소유권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22년 9월 바트켄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유혈 충돌은 1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며 양국 관계를 긴장으로 몰아넣은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이 같은 국경 분쟁의 뿌리는 1920년대 소련 정부가 중앙아시아를 통치하며 민족 구성, 자원 분배, 교통로 접근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행정적 편의에 따라 국경선을 인위적으로 설정한 역사적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당시 국경은 산악지대를 따라 불명확하게 그어졌기 때문에 독립 이후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국경이 획정되지 않은 지역에서 지속적인 민족 갈등과 유혈 충돌을 겪어야 했다. 중앙아시아의 국경 문제는 단순한 영토 갈등을 넘어 지역 협력을 저해하는 주요 장애물로 작용해 왔다. 이번 국경 합의는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간의 협력뿐 아니라 중앙아시아 지역 협력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1.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중앙아시아 지역 협력: CACCC-2024와 COP 29

중앙아시아 각국은 기후변화와 이것이 수반하는 문제들을 개별 국가 차원을 넘어 지역 전체의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자간 협력을 통해 기후와 환경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2024년 5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중앙아시아 기후변화 회의’(CACCC)는 이러한 지역 협력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중앙아시아 각국의 대표단과 전문가들은 파미르와 톈산산맥의 빙하 감소로 인한 수자원 부족, 사막화, 식량 안보와 같은 현재 중앙아시아가 기후변화로 인하여 경험하고 있는 중대한 도전을 논의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탄소중립 실현과 녹색경제 전환에 대한 각국의 계획과 전략을 공유했다. 또한 2024년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9)에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참여하여 자국의 기후 관련 정책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 강화하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특히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은 녹색에너지 개발과 송전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에 서명하며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지역 협력의 구체적인 결실을 보여주었다.

  1. 중앙아시아 원자력 발전 시대 도래: 우즈베키스탄의 원자로 건설과 카자흐스탄 원전 건설 국민투표

2024년 5월 푸틴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정상은 우즈베키스탄에 55 메가와트(MW)급 소형 원자로 6기 건설을 합의했다. 이 프로젝트가 실현된다면 이는 소련 해체 이후 중앙아시아에서 건설되는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가 될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원자력 발전소 사업에는 러시아의 국영 원자력 공사인 로사톰(Rosatom)이 참여하여 건설을 주도한다. 이렇게 러시아는 자국의 원전 기술로 우즈베키스탄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함으로써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에 대한 에너지 영향력을 확대하게 되었고, 우즈베키스탄으로서는 만성적인 전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해법이 마련되었다. 한편 카자흐스탄은 10월 원자력 발전소 건설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고, 71%가 원전건설을 찬성했다.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국인 카자흐스탄이 그동안 원자력 발전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북동부 지역에 위치한 세미팔라틴스크(현 세메이)가 과거 소련의 핵 실험장으로 사용되어서 국민들이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을 겪어야 했던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이 원자력 발전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이유는 늘어나는 인구로 인해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고, 탄소 배출 감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다 친환경적이고 안정적인 에너지 생산 구조로 전환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 중앙아시아와 아프가니스탄 간 경제 협력 강화

2024년은 중앙아시아 5개국과 아프가니스탄 간의 실질적 경제 협력이 증가한 해였다. 2024년 8월 우즈베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접경지대에 위치한 테르메즈에서 ‘테르메즈 국제무역센터’가 개소했다. 개소식에는 양국 총리뿐 아니라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경제 분야 각료들도 참석하여 아프가니스탄과의 경제 협력에 대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높은 관심과 기대감을 드러냈다. 테르메즈 국제무역센터에서 아프가니스탄의 기업인들은 면세와 15일간의 비자면제 혜택을 제공받게 되었다. 우즈베키스탄은 이와 함께 아프가니스탄과 25억 불 규모의 무역 및 투자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도 카불과 알마티에서 두 차례에 걸쳐 카자흐스탄-아프가니스탄 비즈니스 포럼과 자국 상품 전시회를 개최하며 아프가니스탄 시장에 대한 관심을 표출했다. 한편 투르크메니스탄은 아프가니스탄과 함께 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인도를 잇는 TAPI 파이프라인의 양국 국경 구간 공사에 착수했다. 또한 카자흐스탄에 이어 키르기스스탄도 2024년 탈레반을 테러 단체 명단에서 삭제하면서 아프가니스탄과의 관계 정상화에 동참했다. 2021년 탈레반 집권 이후 중단되었던 CASA-1000 프로젝트가 재개되면서,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서 생산되는 여름철 전력의 잉여분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으로 송전하기 위한 인프라 건설 공사가 올해 말까지 전 구간 완공될 예정이다. 이렇듯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아프가니스탄과의 실질적인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국경 지역의 안보를 확보하고, 아프가니스탄을 통해 인도와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지역과의 연결성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의도에서 찾을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 테르메즈에 설립된 테르메즈 국제무역센터 준공식에 참석한 중앙아시아와 아프가니스탄 정부 대표단
출처: 우즈베키스탄 정부 포털(Пресс-служба правительства Узбекистана)

2024년 중앙아시아는 정치, 경제, 환경,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와 도전을 경험했다. 키르기스스탄 NGO에 대한 국가 감독의 강화와 타지키스탄에서 발생한 대통령 권력 세습을 위한 정치인 탄압은 중앙아시아의 정치적 방향성이 민주주의의 후퇴와 권위주의의 공고화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반면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중앙아시아 지역의 안정과 협력을 가로막아 온 국경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되면서 지역 내부의 분쟁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이는 중앙아시아 다른 국가 간의 국경 획정 문제, 기후 위기에 대한 공동 대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원자력 발전을 통한 에너지 전환은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자립과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진전을 보여주었다. 중앙아시아는 아프가니스탄과의 실질적 경제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아프가니스탄은 물론 남아시아와의 경제적 연결성을 강화하여 지역의 전략적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렇게 2024년은 중앙아시아가 정치적 갈등과 새로운 경제적 기회, 지역 협력의 진전을 동시에 경험한 한 해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4권 38호 (2024년 12월 23일)

Tag: 권위주의, 국경획정, 기후위기, 아프가니스탄, 원자력발전

이 글과 관련된 최신 자료

    • Benson, Brawley (2024). “COP29: Caspian and Central Asian states make progress in promoting “green” trade plan.” Eurasianet, November 20. https://eurasianet.org/
    • Gul, Ayaz (2024). “Afghanistan, Turkmenistan begin work on long-delayed gas pipeline.” VOA, September 11. https://www.voanews.com/
    • Putz, Catherine (2024). “After 33 Years, Kyrgyzstan and Tajikistan Announce Border Agreement.”The Diplomat, December 4. https://thediplomat.com/
    • Iraqi, Amjad (2024). “The killing of Yahya Sinwar won’t change the course of the Gaza war.” Chatham House, October 18. https://www.chathamhouse.org/
    • Tolipov, Farkhod (2024). “Nuclear Power Plant in Uzbekistan: Energy and Geopolitics.” The Central Asia-Caucasus Analyst, August 21. https://www.cacianalyst.org/

저자소개

최아영 (cool3039@snu.ac.kr)

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전) 한신대학교 유라시아연구소 연구교수

<주요 저서와 논문>

『탈냉전시대 아시아의 재구성과 아시아인의 정체성』 (공저), (진인진, 2023).

“난민의 사회 통합과 난민 아동 교육-폴란드 거주 우크라이나 난민 아동의 교육을 중심으로.”『슬라브연구』 40(2), 2024.

“중앙아시아 부하라 유대인의 초국가적 네트워크와 정체성: 디아스포라 미디어 분석을 중심으로.” 『아시아리뷰』 12(3), 2022.

“공유된 역사, 엇갈린 국경 –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역사 교과서에 나타난 경계 논쟁.” 『숭실사학』 47, 2021.